[파워엘리트, 그들] 깐깐한 혈세 지킴이 노형욱, 세제실서 잔뼈 굵은 최영록

입력 2016-07-28 11:00 수정 2016-08-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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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세대’ 마지막 기수, 쟁쟁한 실력파…세대교체 유일호號, 고형권·조봉환 탑승

행정고시 30회는 합격자 100명 세대의 마지막 기수다. 지난해 5급 공채 합격자가 36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때문에 당시 시험 경쟁률도 치열했고 그 만큼 실력파라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실제 30회가 응시한 1986년 1차 시험의 경쟁률은 67대 1로 역대 가장 높았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포진해 있는 30회는 각 부처에서 1급 실장급 주요 보직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우선 부처 내 최고 두뇌 집단이자, 인사적체가 가장 심한 부처로 꼽히는 기획재정부에서 30회 기수들은 내부 승진 경쟁을 뚫고 고위공무원에 올랐다.

최고위직은 차관보급인 노형욱 재정관리관이다. 기획예산처 예산기준과장, 재정총괄과장, 행정예산심의관과 사회예산심의관 등을 거친 예산 전문가인 노 차관보는 국민 혈세를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일자리사업 등 국가재정사업의 성과를 관리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기재부 내에서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손꼽힐 만큼 내부 평가도 좋다.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가 최근 국내 세금 정책을 총괄하는 세제실장으로 임명된 최영록 실장도 잘 나가는 기재부 30회 중 한 명이다. 법인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재산소비세정책관, 조세정책관 등을 지내며 세제실 업무를 두루 섭렵해 조직 내에서도 대표적인 ‘세제맨’으로 손꼽힌다. 치밀한 분석력과 꼼꼼한 일 처리로 조직 내 신임이 두텁고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올해 세법 개정을 포함한 향후 세제 개편을 추진할 최적임자라는 평가다.

지난 2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취임 후 단행한 첫 고위급 인사에서 기존에 주축이던 28~29회는 모두 교체됐다. 이때 요직을 차지한 30회가 고형권 기획조정실장, 조봉환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이다.

고 기조실장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세계은행 자문관, 기재부 성과관리심의관, 정책조정국장 등을 거쳤으며 특히 지난해 1월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투자 활성화와 규제개혁, 창조경제 분야에서 뛰어난 정책기획력과 추진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1급 직위로 파견된 조 단장 역시 대통령실 국정과제 2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공공정책국장 등을 역임하며 업무추진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기획단장에 임명된 송병선 전 기재부 국유재산심의관도 빼놓을 수 없다. 숭실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를 받은 이력을 갖고 있는 송 단장은 기획예산처 재정개혁2과장, 산업정보예산과장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연구개발예산과장, 기획재정담당관, 외교통상부 주 뉴욕 총영사관 영사 등을 역임했다.

행시 30회는 박근혜정부에서 역할이 더욱 커진 중소기업청 출신도 4명이나 된다. 중소기업청 2인자인 최수규 차장을 비롯해 김흥빈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지난해 말 동반성장위원회를 운영하는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의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김형호 전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 등이 그들이다.

행정자치부 내에서는 심덕섭 지방행정실장, 이재율 경기도 행정1부지사, 이지헌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 허언욱 울산시 행정부시장 등이 본부 내외에서 현직으로 뛰고 있다.

행자부 출신으로는 특히 최근 대구 북구 갑에서 당선된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4ㆍ13 총선에서 2차에 걸친 당내 경선 결과 ‘진박’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등 경쟁자 6명을 꺾은 뒤 본선에선 무소속 출마한 유승민계 권은희 의원을 물리친 이변의 주인공이다.

1988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서울시 재정기획담당관,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 인천시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으며 2014년 8월 대구시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행정부시장에 취임해 도시철도 3호선 개통, 세계물포럼의 개최,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 사업 등을 통해 대구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내는 산업부 첫 여성국장에 임명된 유명희 FTA(자유무역협정) 교섭관이다.

30회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남자 합격자는 최희주 전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이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83학번이었던 그는 21살의 나이로 30회 기수에 명단을 올렸다. 보건복지부에서 연금정책관, 건강정책국장,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장, 인구정책실장 등을 지내며 최연소 고시 패스와 초고속 승진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었지만 지난 3월 돌연 사표를 제출해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했다.

30회 100명 중 여성 합격자는 5명으로 적은 편이었다. 이 중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윤미량 전 통일연구원장이다. 통일부의 첫 여성 사무관이자 최초 여성 고위공무원 타이틀에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차관 물망에도 올랐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2월 황부기 차관 임명 이후 재신임을 받겠다며 통일부 1급들과 동반 사표를 제출한 후 올해 2월 퇴임했다.

이밖에도 각 부처에 포진해 있는 30회 중 현직 1급으로는 김재원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실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박종길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 황규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강경원 감사원 1사무차장, 김원득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실장,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 1급을 마치고 퇴직한 인물은 김한영 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박광무 문화관광연구원장,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3명이다. 국세청에서 홀로 행시30회 출신의 자리를 지키던 송성권 전 국제조세관리관도 지난 2014년 12월 명예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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