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 재계, ‘기업활동 위축’ 현실…"특강이라도 들어야 할 판"

입력 2016-07-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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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위반 시나리오 매뉴얼 정비…車ㆍ전자제품 신제품 출시 미디어 초청행사 타격

기업들이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결정과 관련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해온 경영활동이 위법이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 홍보·대관 담당자들은 헌재 결정에서 배우자 신고의무나 언론인·사립교원 포함 여부 등 그간의 쟁점에 관해 모두 합헌 결정이 나자 "법이 만들어지면 철저히 지키겠다"는 기본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김영란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28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김영란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28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문제는 홍보ㆍ대관업무 담당자가 공무원이나 언론인들과 만나는 경영 현장에서 밥값, 술값을 두고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 신제품 출시 때 미디어를 초청해 진행해온 체험 행사와 전시회 참관 등의 마케팅·홍보 활동도 김영란법으로 보면 위법이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접대골프의 경우도 '공식 행사'라면 허용된다고 하지만 공식과 비공식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처벌 기준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현업에서 대관, 홍보 등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헷갈려하고 있다"면서 "업무에도 애로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어 특강이라도 들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인 10월로 잡혀 있던 신차 출시 행사를 추석 전으로 한 달가량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있다. 전자업계는 해외 대형 전시회가 내년 1월에 예정돼 있어 아직은 시간이 남은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매년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9월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신제품과 신기술을 공개하고 전세계 언론을 상대로 홍보와 마케팅을 펼쳐 왔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헌재에서) 원안대로 통과했는데 법을 지키지 않을 수 있겠냐"면서 실제 적용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주길 기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인 법 조항과 시행령이 나오면 내부적으로 행동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G는 임직원들이 업무 수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을 점검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의 김영란법 해설집과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사내교육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SK, 두산그룹, 현대중공업 등은 법무팀을 중심으로 관련 부서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다방면의 준비를 하는 단계다.

이들 기업은 내부적으로 김영란법 위반 시나리오를 만들고, 경조사비 등에 대한 매뉴얼을 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원용 매뉴얼을 배포하거나 설명회 등을 통한 교육을 진행한 곳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대한 설명집 등이 나왔음에도 법의 적용 범위나 처벌 기준 등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3만 원 이하 접대도 접대다. 법이 위반되지 않은 선에서 맞춤형 접대나 변칙 접대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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