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도입이 필요한가, 아닌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필자는 도입 여부를 놓고 자신 있게 어느 편을 들 수 있을 만큼 군사적 전문성이 있지 않다. 그렇지만 도입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이러한 국가적 중대사는, 누구보다 많은 고민과 검토를 해왔을 정부에서 통치행위 차원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이 어느 날 갑자기 국민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내려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국가적 관심사는 도입 여부를 놓고 충분히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언론에서도 충분히 다루어 국민들의 과반수가 최소한 사드 배치가 국토방어상 왜 꼭 필요한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이해하는 수준이 된 연후에 발표가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중국의 반발이다. 중국에서는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북한의 공격에 대한 방어용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도 고고도에서 떨어지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음을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중국에 보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예컨대 전 세계에서 적의 미사일 공격을 가장 잘 방어하는 무기체계로 소문난 것은 바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rm)’이다. 미국의 페트리어트 체계로는 미사일 방어에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언 돔’을 도입하고, 그러고도 북한의 고각도로 떨어지는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에 사드까지 도입하지 않을수 없다는 식의 점진적이고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우리의 방어수단 또한 높여가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면 이와 같은 논란이 벌어졌을까 싶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정작 그에 대응하는 방어망 구축은 제쳐둔 채 국제 외교무대에서 비난 성명만 발표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엄청난 탐지능력의 X 밴드 레이더가 장착된 사드의 도입을 결정 발표해 버리니, 중국으로서는 이 무기가 과연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용인지에 대해 심한 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이처럼 갑자기 불쑥 발표되는 정부의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래서는 정부의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가 힘들다.
필자는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을 ‘경제는 믿음이다’로 바꿔 강조하고 싶다.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사피엔스(Sapiens)’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현재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풍요로움은 바로 ‘미래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중세시대의 경우 미래는 잘해봐야 현재와 거의 같은 수준에 불과하였으므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믿음이 없었으며, 따라서 ‘미래에 대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엔 부를 늘리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은 바로 남의 것을 빼앗는, 즉 파이를 재분배하는 것일 뿐, 정작 파이를 키우는 방법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세 들어 과학문명의 발달에 힘입어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오늘날 물질문명의 풍요로움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또한 이러한 국민의 믿음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진실로 ‘믿음’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