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김영란법과 골프장

입력 2016-07-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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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타격을 받겠지만 접대보다는 지인들끼리 골프를 하려는 실질 소비인구가 늘어나면서 골프장 경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김영란법이 골프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수도권 한 골프장 대표이사)

골프장 경영에 걸림돌이 하나 늘어났다. 소위 ‘김영란법’이다. 이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그런데 위헌소지가 있다고 하자 헌법재판소가 합헌에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접대’가 적지 않은 골프장들이 내심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들은 9월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가지만 아직은 부킹을 취소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사실 한국골프는 정부가 참견을 하지 않으면 잘 큰다. 한국여자프로골퍼나 남자 선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언제 우리 정부가 한번이라도 주니어골퍼 육성이나 프로골퍼들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나. 골프산업은 여전히 사치성이고, 골프를 하는 사람은 죄인취급을 당하고 있다. 골프가 싫은 것은 아니다.

골프로 인해 파생되는 것이 문제를 늘 일으킨다. 그리고 수백만원짜리 고급 양주나 와인을 마시는 사람에게는 뭐라고 하지 않으면서 골프를 한다고 하면 유독 고깝게 보지 않는 묘한 심리가 존재한다. 나도 하고 싶지만 여건이 따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볼을 친다고 하면 그냥 싫은 것이다. 밑바탕에는 일단 ‘가진 자’가 미운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서도 우리 선수가 우승하면 열광을 한다. 필드에 나가지도 않으면서 방구석에 틀어 박혀 골프방송을 틀어 놓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걸까.

한국적 특수성이긴 하지만 우리는 골프를 하는 사람이 눈치를 본다. 박정희 정부부터 현재까지 골프를 장려한 정부는 한 번도 없었다. ‘골프가 하나의 스포츠’임에도 ‘하라, 하지마라’하고 늘 금지령 비슷한 것을 내렸다. 골프를 좋아하는 대통령도 드러내 놓고 공무원들에게 마음껏 골프를 즐기라고 한 적이 없다.

공무원 골프금지령이 풀리는가 싶더니, 실제로 골프장을 출입하는 공무원을 그리 많지가 않다는 것이 골프장업계의 설명이다. 오더라도 신분을 감추고, 타인의 차나 렌트카를 빌려서 그들끼리 온다고 했다. 골프는 하고 싶은데, 업자랑 라운드하면 말이 나기 때문에 각자 돈 내고 친다는 것이다.

골프만큼 ‘극과극’을 이루는 것도 흔치 않다. 한국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를 유지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지난해는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국가대항전 남자 골프대회를 치렀다. 2018년에 8개국 여자프로들의 국가대항전이 한국에 잡혀 있다. 특히 한국의 골프선수들은 미국에서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알린 일등공신들이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한국에 있어 어느 스포츠 못지 않게 한국의 위상을 높여줬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부가 이들의 기량을 못따라 간다.

골프는 ’속죄양‘처럼 매번 질타를 당한다. 국내 골프장이나 용품 업체 등 골프산업을 하기 힘든 곳이 한국이다.

이법이 시행되면 골프접대는 거의 사라질 것이 뻔하다.

주중에도 최소 그린피가 5만원, 주말에는 비회원이 20만원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카트비와 캐디피, 식사비까지 합치면 20~30만원을 족히 된다. 접대로 생각하며 무조건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이법이 시행된다고 입법예고 됐을 때 골프장들은 새로운 홍보 및 마케팅을 도입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일본도 접대비용을 50만원으로 제한하고, 골프장 거품이 빠지면서 2600여 곳 중에 800여 곳이 부도가 나거나 파산을 했다. 그리고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대부분 접대가 아닌 스포츠로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골프장을 찾는다. 물론 비즈니스도 있다.

하지만 대개 각자 계산한다. 아예 프론트부터 식당까지 한사람씩 계산서가 준비돼 있다. 한꺼번에 계산하는 우리와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는 때로 합산한 계산서를 인원수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접대골프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한다. 골프선진국 일본은 각자 계산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우리도 이런 골프문화가 정착돼야 골프가 제대로 발전한다. 투명성이 요구되는 사회에 골프만 ‘어두운 그림자’로 오해 받으면 안 되니까. 다만, 골프를 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접대로만 이루어진다는 잘못된 편견을 이번 기회에 말끔히 불식시켜야 한다. 여기에 골퍼들이 앞장서서 동참해야 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안대환 상근부회장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대가성이 전혀 없는데도 처벌하는 등 과잉규제가 문제가 될 것 같다”면서 “골프 하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될까 걱정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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