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마이라이프] <무심한 듯 다정한>의 저자 정서윤 작가와 어머니 최순이씨의 이야기

입력 2016-07-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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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로 살다 입양된 순돌이와 저자의 어머니가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3년에 걸쳐 기록한 사진 에세이다. 저자에게 순돌이는 막내 동생처럼 귀엽고, 자식들이 장성한 뒤 헛헛한 일상을 보내던 어머니에게는 손주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다. <무심한 듯 다정한>의 저자 정서윤 작가와 어머니 최순이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심한 듯 다정한> 표지
▲<무심한 듯 다정한> 표지

Q. 고양이(순돌이) 사진을 찍다가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책으로 펴내기까지

A. 저자: 길에서 만난 순돌이에게 가족을 찾아주고 싶었지만 남루한 모습에 다 큰 고양이라 입양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5개월 동안 거의 매일 밥을 챙겨주다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랑을 주고받는 가족이 생기면서 순돌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상대적으로 입양이 힘든 성묘(成猫)도 충분히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순돌이가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둘이 함께 촬영한 사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엄마를 담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습니다. SNS에 순돌이와 엄마의 일상을 기록했더니,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었습니다. 결과물들이 모여 책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는데, 마침 출판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Q. 책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

A. 저자: 엄마도 고양이도 겉으로는 무심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가족을 위해 늘 묵주 기도를 하고, 순돌이도 무심한 척하지만 가족 곁을 맴돌며 소소한 애정 표현을 합니다. 겉으로는 무심하게 대하지만, 속마음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그런 엄마와 고양이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Q. ‘(책에서)순돌이와 예정된 이별을 생각하면서 엄마와의 이별을 생각 못했다’는 깨달음이 준 변화

A. 저자: 무엇보다 엄마, 순돌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허리가 안 좋아 오랜 시간 차 타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멀지 않은 맛집이나 카페에 함께 다니기도 하고, 주말이면 성당 미사 후 단둘이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소소한 추억을 쌓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음만 앞섰지 현실에서는 내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와 순돌이를 많이 챙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Q. 순돌이와 딸이 닮은 점

A. 어머니: 순돌이는 순하지만, 때로는 새침하고 예민합니다. 이런 점이 딸이랑 닮았습니다. 순돌이는 잠을 잘 때면 저를 찾는데, 늦둥이로 낳아 제법 컸을 때까지 제 곁에서 자려 하던 딸이 떠오릅니다. 어른이 되고도 악몽을 꾸면 제 품을 파고들던 딸이 생각납니다. 이제는 손주들도 다 장성해서, 순돌이는 제게 어린 손자 같습니다. 딸은 직장 일로 바쁘고, 남편과는 별다른 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집안은 대체로 조용하고 특별히 웃을 일이 없지만, 순돌이의 재롱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Q. 노년기에 반려동물을 키워서 좋은 점

A. 어머니:외출하고 돌아오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반겨줍니다. 장성한 딸은 늦게 들어오고, 무뚝뚝한 남편과는 별다른 대화가 없는 덤덤한 집안 분위기에 순돌이가 있어 웃을 일이 있고, 순돌이 이야기로 대화가 됩니다. 늘 곁을 맴돌고 내 옆에서 잠자는 순돌이가 좋습니다. 희한하게도 순돌이는 자기 주인(딸)을 더 좋아하지만 잠은 꼭 제 곁에서 자려 합니다. 가족이 식사할 때면 자기도 간식을 달라 보채고, ‘까까’라고 말하면 다 알아듣고 달려옵니다. 동물이지만 정을 나누고 사니 이런 모습들이 다 예쁘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 때문에 좋은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키우는 동물이니 좋습니다.


>>정서윤 작가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부산에서 장애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3년부터 순돌이와 노모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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