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욱(70·사진) CJ 대표이사 부회장이 요양 중에도 경영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CJ그룹은 이재현(56)ㆍ손경식(77) 회장이 건강 등의 문제로 장기간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이 부회장의 경영 현안 챙기기가 인수합병(M&A) 등 하반기 사업 전략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사이판과 제주에서 요양했던 이 부회장이 지난달부터 틈틈이 서울 근무를 시작했다. 폐가 좋지 않아 올해 초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던 이 부회장은 습도가 높은 곳이 좋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최근까지 사이판 등에서 지내왔다.
이 부회장은 2013년 4월 CJ대한통운 경영을 위해 영입된 전문경영인이다. 그해 7월 이 회장이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만들어진 CJ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5인 경영위원회’ 일원으로 그룹 전체 경영을 챙겨왔다.
이 부회장은 CJ가 그룹 최고위 경영진의 부재로 길을 잃은 만큼, 본인마저 요양이 장기화할 경우 그룹 경영에 차질이 올 것을 우려해 서둘러 경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3년 넘게 유전성 희소질환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이 회장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이 회장 이후 ‘5인 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온 손 회장마저 지난달 5일 폐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굵직한 경영 사안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이 부회장이 다시 업무처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이판에서 지낸 것은 한두 달 정도”라며 “이후 제주에서 업무를 봐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손 회장이 단기간 내 경영 복귀가 어려울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이 당분간 여러 의견을 수렴한 뒤 그룹의 현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재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8·15(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후보에 포함됐지만, 사면되더라도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이끌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CJ그룹은 대형 인수합병(M&A)에서 잇따라 실패했으나, 이 부회장이 경영 현안을 챙기면서 M&A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CJ가 5년간 공들여온 중국 바이오업체 매이화성우 인수의 경우 가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1조 원 규모의 CJ헬로비전 매각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2011년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마지막으로 최근 5년간 5000억 원이 웃도는 기업을 인수한 적이 없다.
CJ그룹은 현재 한국맥도날드와 동양매직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룹 오너가의 공백으로 대규모 M&A에 소극적인 대응을 보인 CJ가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다시 나서면서 적극적인 M&A에 나설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