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안보와 지도… 경직된 제도가 산업 발전 막는다

입력 2016-08-02 11:02 수정 2016-08-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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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뉴미디어부장 겸 산업2부장

몇 년 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발표한 ‘세상을 바꾼 101가지 발명품’이라는 리스트가 화제가 된 바 있다. 101가지 발명품은 발명자를 알 수 없는 불이나 바퀴부터 종이와 주판, 내연기관과 라디오·TV를 거쳐 휴대전화와 무선인터넷, 스마트폰까지 인류가 이뤄낸 산업의 발전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TV 리모컨이나 게임보이, 스위스 아미나이프와 같이 왜 선정되었는지 궁금해지는 발명품도 있지만 말이다.

인디펜던트의 리스트는 다양한 분야의 발명품을 총망라하고 있지만, 근대로 올수록 정보기술(IT) 비중은 커진다. 인터넷(1969년), GPS(1978년), 노트북 컴퓨터(1982년), 블랙베리(1999년), 아이팟(2001년) 등이 바로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발명품 대부분이 그렇듯이 실제 대중에게 전파되고 산업으로서 규모의 의미를 갖게 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과거는 말할 것도 없고, 가장 빠르다는 IT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경우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전파된 시기는 25년 뒤인 1990년도 중후반부터다. GPS 역시 처음에는 군사용과 측량용으로 사용되었고, 생활과 맞닿은 일반적인 기술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반부터다. 물론 그 간격은 점차 짧아지고 있지만, 발명된 시기와 확산의 시기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낙후된 교통으로 인한 지리적 제한, 부와 권력의 편중으로 인한 기술의 독점 등이 확산의 걸림돌이었다면, 현재는 인프라 구축, 생산 단가, 법률적 제한, 업체의 담합 등이 더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이제는 실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된 무선인터넷을 살펴보자. 국내에서 무선인터넷은 2002년 전후 이동통신 3사가 각각 ‘준(june)’, ‘쇼(show)’, ‘이지-i(ez-i)’라는 터미널형 서비스를 시작하며 본격화됐다. 그러나 실제 사용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었다. 투자된 인프라 비용을 메꾸기 위해 상식 밖의 패킷 요금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뉴스난에는 수백만 원의 데이터 통신요금 고지서를 받은 어린 학생들이 자살하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됐다. 제조사와 이통사들은 휴대폰 한가운데 무선인터넷 버튼을 배치했지만, 소비자들은 그 버튼을 절대로 눌러서는 안 되는 요금 폭탄 버튼으로 인식했다. 또 무선인터넷 과금을 유도하기 위해 이통사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기능을 휴대전화에 적용하는 것을 꺼렸다. 결국 한국에서 무선인터넷 시장은 ‘아이폰’ 등장 전까지 소비자 없이 더딘 성장을 해야만 했다.

최근 ‘포켓몬 고 열풍’으로 지도와 관련된 국내 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구글이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있는 지도는 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는 국내 지도 정보를 해외로 반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도 정보를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국내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라는 의미다. 명목상으로는 안보 때문이지만, 세금과도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미 전국 군부대 등의 보안시설 등은 위키맵피아 등 개방형 위성지도 서비스에 거의 다 노출된 상태다. 지도 정보 반출의 조건으로 정부가 요구하는 보안 처리(보안시설 지도 삭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안보가 문제라면 정보의 유출을 먼저 막아야 할 것이며, 세금이 문제라면 세법 개정을 통해 추징하면 된다.

앞서 발명품으로 예를 들었듯이 개발 못지않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혹자는 게임 하나 때문에 이처럼 논란이 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게임 하나만을 위한 사안이 아니다. 과거 무선인터넷 사례처럼, 환경이 경직되어 있으면 해당 산업의 발전도 경직되기 마련이다.

정부는 조만간 공청회를 열어 지도 정보 반출에 대한 의견을 듣고 부처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실효성 없는 규제(손톱밑 가시)를 뽑아내는 것이 이 정부의 첫 정책 아니었던가.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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