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대기업 뺨치는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색안경을 낀 채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본업은 소홀히 한 무리한 경쟁적 사업 확장이 기업의 연속성을 좀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국내 제약사는 영업이익이 사실상 반토막 나는 등 본업에서 수익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성공 사례가 제약사들의 R&D 도전을 자극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대변되는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즉 일정한 수익 확보 없이는 제약사들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R&D 비용을 길게는 10년 넘게 투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제약사들의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제약사들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늘어났음에도 R&D 비용의 증가로 영업이익이 부진했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은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 증가한 3304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0.2% 감소한 176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상반기 R&D 비용은 지난해보다 31.7% 증가한 395억 원을 기록했다.
녹십자 역시 매출액은 3035억 원으로 작년보다 1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0억 원으로 20.5% 감소했다. 녹십자는 2분기에 지난해보다 19% 증가한 약 275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녹십자는 작년 1000억 원보다 300억 원 많은 1300억 원을 올해 R&D에 투자할 예정이다.
제약업계 R&D 열풍의 주역인 한미약품은 2분기 매출액이 234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고 영업이익은 63억 원으로 161.3%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늘기는 했으나 영업이익률은 타 제약사보다 적다. R&D 지출이 많은 탓이다. 한미약품은 2분기에만 매출의 17.2%에 해당하는 403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신약 개발은 유전 개발보다 성공 확률이 낮다. 연간 매출 규모가 1조 원을 웃도는 제약사가 5개가 채 되지 않는 국내 여건상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난해 8조 원의 기술 수출로 국내 제약사(史)에 한 획을 그은 한미약품이 15년간 R&D에 쏟아부은 자금은 9000억 원에 달한다. 2010년에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음에도 R&D에 852억 원을 지출했다. 신약 개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꾸준한 R&D 지출이 이뤄졌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무모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다. 안정된 수익성 확보 노력 없이는 R&D가 기업 경영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본질은 잊은 채 부업에만 열중하는 제약사도 있다. 한 제약사는 매출 중 70%가 본업과는 무관한 음료 사업에서 발생하는 반면, R&D 비중은 매출 대비 1%대에 불과하다. 신사업 진출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기보다 ‘현재와 미래’ 모두를 준비하는지 살피고 사업다각화의 이유가 타당하다면 그들의 노력(R&D)이 결실을 맺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