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전통주’ 대신 한주? 술?-우리 술의 새로운 이름과 분류기준

입력 2016-08-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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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통 청주와 탁주 등 전통 양조법에 뿌리를 둔 술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술들을 아울러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신뢰할 만한 분류기준을 만드는 것을 고민할 때인 듯하다. 특히 한국에도 소비자들이 취향에 따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우리 술의 통일된 분류기준이 있으면 술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이름과 관련해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전통주’는 일반 명사로 특징이 없을 뿐 아니라, 지금 시대와 괴리되는 어감 때문에 좋지 않다. 대안으로 한류, 한식과 연결하여 ‘한주’라고 하자는 사람이 있다. 또 어떤 이는 프랑스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와 같이 그냥 ‘술’이라고 부르자고 한다. 좀 더 많은 생각을 모아 봐야겠지만 둘 다 괜찮은 것 같다.

다음으로 분류기준은 이해관계가 갈릴 수 있어 좀 복잡하다. 현재 한국은 소주 맥주 탁주 청주 등의 술 종류만 구분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주류업체의 광고만 보고 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많은 광고비를 쓸 수 없는 소규모 업체가 경쟁하기 어렵다. 우리 술의 새로운 분류기준은 원산지 기준인 프랑스 와인과 재료와 제조방법 기준인 일본 사케를 비교하여 생각해볼 수 있다.

프랑스 와인은 다양한 품종의 포도로 만들지만 괜찮은 포도주의 경우 생산된 지역, 즉 원산지를 기준으로 분류된다. 프랑스 와인 중 수준급 와인으로 인정되는 와인은 원산지명칭사용허용(A.O.C급) 와인이다. AOC급 와인은 보르도나 메독 등과 같이 원산지 명칭을 사용할 수 있고, 원산지별로 사용 포도, 제조방법, 생산량 등이 엄격히 통제된다. 사용할 수 있는 원산지는 행정구역과 관계없이 지리적 특성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다. 원산지가 작은 지역으로 표시될수록 와인이 더 특징이 있고 좋은 것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원산지 명칭이 충청남도보다는 홍성군이, 홍성군보다는 무량리로 표시될 때 특별한 술이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 사케는 쌀의 도정비율, 주정의 첨가 여부, 일본 누룩(코오지) 사용 비율, 담금 방법과 횟수, 살균과 여과 방법 등에 따라 분류된다. 분류방법이 복잡하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술의 주발효제인 누룩은 생곡식을 쓰고 자연접종하기 때문에 지리적 특성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다 누룩의 종류와 우리 술의 제조방법은 다양하고 계속 변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술의 분류기준은 프랑스 와인과 같이 지역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지역을 기준으로 한 우리 술 분류기준이 잘 정착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문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정지역에서 생산된 곡물로 그 지역에서 누룩을 만들고,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들어진 술에 그 지역 원산지 명칭을 붙이는 것이다. 원산지는 프랑스 와인과 같이 다양한 범위의 지역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제조방법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감미료 등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기본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원산지 분류법이 성공하려면 지역 생산자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용 곡물의 원산지와 생산량 등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흔해진 이천쌀이나 영광굴비의 뒤를 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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