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그들은 왜 하이힐을 신었을까

입력 2016-08-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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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높고 뾰족한 하이힐은 세련된 도시 여성의 상징이다. 하이힐을 신으면 맵시가 살아날 뿐만 아니라 당당하고 도도해 보인다. 키가 작은 여성의 경우 구두의 굽높이는 자존심과도 맞물려 있다. 무지외반증, 요통 등의 주범이라며, ‘멋’보다 ‘건강’을 생각해 이제 그만 높은 굽에서 내려오라는 지인들의 충고에도 내가 하이힐을 못 벗는 이유다.

하이힐의 유래를 살펴보면 반전이 있다. 17세기 절대왕정 시대에 태양왕 루이 14세는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을 떨쳐내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 실제로 초상화 속 그는 대부분 초핀(chopine·굽 높은 슬리퍼)을 신고 있다. 귀족들도 하나둘씩 신으면서 초핀이 크게 유행했는데, 굽이 40㎝에 달한 것도 있다. 빨간 구두를 좋아했던 루이 14세가 하이힐의 보급에 한몫한 셈이다.

얼굴 못생긴 건 용서해도 키 작은 건 용서 못 한다는 세상이다(젠장!). 그렇다 보니 부모는 자녀의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키 작은 부모들은 후천적 요인에 기대를 걸고 아이의 키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 키가 크는 데 유전적 요인보다 후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기자의 아이도 ‘자녀 예상 키 계산법’(부모 키 합계+13[딸은 13을 뺀다]÷2) 결과보다 무려 10㎝가량 더 크다.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한 결과일 것이다.

많은 부모들의 바람 때문일까. 한국 여성이 전 세계 여성 가운데 키 성장 폭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전 세계 국가의 1914~2014년 평균 키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여성은 162.3㎝로, 100년 만에 20.1㎝ 성장했다. 한국 남성도 같은 기간 15.1㎝ 커진 174.9㎝로, 성장폭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란다. 경제 발전의 속도만큼 국민의 키도 빠르게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하다.

그런데 162.3㎝를 대략 162㎝로 쓸 때 ‘162㎝ 가량’, ‘162㎝가량’ 둘 중 어떻게 띄어 쓸지 혼란스럽다. ‘가량’은 명사와 접사 두 모습을 지녔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량을 나타내는 명사 또는 명사구 뒤에 오는 가량은 ‘정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162㎝가량, 한 시간가량, 5%가량, 100명가량 등과 같이 쓰면 된다. 반면 명사 ‘가량’은 어떤 일에 대하여 확실한 계산은 아니나 얼마쯤이나 정도가 되리라고 짐작해 본다는 의미로 앞말과 띄어 쓴다. “그는 투자한 액수를 크게 넘는 이익을 남길 가량으로 가격을 높여 팔았다”처럼 써야 한다.

그래도 헷갈린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가량을 대략, 정도, 약 등으로 바꿔 썼을 때 의미가 통한다면 앞말에 붙여 쓴다. 가량, 대략, 정도, 약이 같은 뜻으로 쓰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략과 정도는 명사, 약은 관형사이므로 ‘대략 한 시간’ ‘한 시간 정도’ ‘약 한 시간’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 모두 한 시간이 넘을 수도 있고, 한 시간이 안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기준이 되는 수치를 넘어설 경우라면 ‘남짓’ 혹은 ‘-여’를 활용하면 된다.

키가 크는 데도 황금 시간이 있단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로, 이때 잠을 잘 자야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노는 것 이상으로 잘 자야 무럭무럭 자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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