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정형돈과 스타 산업의 이면

입력 2016-08-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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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커질지도 모를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고민 끝에 결국 정형돈 씨의 뜻대로 하차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예능 스타 정형돈이 MBC ‘무한도전’ 하차를 결정했다. 복귀를 간절히 바랐던 수많은 팬은 아쉬워했다. 정형돈의 하차가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스타 산업의 이면을 직시하게 한다.

‘‘태양의 후예’가 중국 등 수출액 100억 원을 포함해 생산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1조 원에 달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다. 주연 송중기와 송혜교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스타는 이처럼 막강하다.

고정 수요자로 기능하는 팬 확보, 희소성으로 인한 낮은 공급 탄력도, 인기에 따른 높은 한계 생산성, 활동 노동시장의 자유스러운 이동 등의 특성으로 스타는 상상을 초월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 때문에 스타는 방송, 영화, 공연 등 1차 시장뿐만 아니라 광고, 굿즈, 라이선스 사업, 외국 진출 등 2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폭증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이 ‘스타’에서 묘파한 것처럼 1㎝의 신체, 한 줄의 영혼, 한 조각의 추억 등 스타의 모든 것이 시장에 나오는 시대다.

그런데 말이다. 유·무형의 소중한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 산업의 이면은 어두운 절망이 자리한다. 2005년 2월 22일이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라는 메모만을 남긴 채 스물다섯 살의 젊은 스타 이은주는 목숨을 끊었다. 2008년 10월 2일은 더 충격적이었다. 수많은 대중은 경악했다. 우리 사회는 할 말을 잃었다. 톱스타 최진실이 자살했다. 이은주와 최진실의 비극은 스타 산업의 이면, 그 자체다.

스타는 직업적 특수성 등 여러 이유로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는다. 스타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스타를 병들게 하고 극단적인 경우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음반, 공연 등 작품의 흥행 성공 여부에 따라 몸값과 인기도가 달라진다. 이윤 창출에 올인하고 있는 상당수 연예기획사는 스타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보다는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한다. 스타는 이윤 창출을 위한 상품일 뿐이다. 이로 인해 소외감이나 우울증은 배가되고 고통은 심해진다. 연예계 특성상 스타는 인기 부침에 따른 위상과 활동, 대중의 시선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크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셀레브리티화한 사람(스타)의 자살에서는 전면적인 상품화로 인한 달콤함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것을 얻지 못해서 생긴 좌절, 상품화로 해결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번민 등이 범벅된 고통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고 분석한다.

정형돈의 경우처럼 예술적 능력의 한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좌절 등 스타의 숙명적 특성 역시 수많은 스타를 고통으로 몰고 가거나 슬럼프에 빠지게 한다. 여기에 대중을 의식해야 하는 스타이기에 안아야 할 생활의 어려움과 아픔도 적지 않다. 몸값과 직결되는 인기와 이미지를 의식해 어렵고 힘든 상황을 참아야 한다. 속은 고통으로 무너져 내리는데 겉으로는 행복한 척하는 쇼윈도의 모습도 대중 앞에선 연출해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과 대중매체의 관심 대상이 되는 스타들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이나 육체적 고통이 있는데도 제대로 치료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일부 스타는 이러한 고통이 쌓여 삶의 종지부를 스스로 찍는 극단적 선택까지 한다.

스타는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래서 정형돈은 프로그램보다 건강 회복이 우선이다. 건강한 정형돈이 돌아와 “보고 있나! 시청자들” 하며 웃길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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