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 아내? 애인? 필드데이트 차이, “굿샷~” 한마디면 끝

입력 2016-08-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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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걸 왜 남편하고 다닙니까. 스트레스만 받게요~”

맞는 말이다. 그녀들끼리 다녀야 수다도 떨고, 즐거움이 되는 것을. 지난해 정규 골프장을 다녀간 사람이 3300만 명을 넘었다. 그중에서 여성 골퍼가 9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국내 그린은 ‘여인천하’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골프의 재미는 양면성에 있다. 남자만 애인을 데리고 필드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여자도 연인과 함께 코스를 돈다. 일단, 남녀가 한 팀일 경우 부부가 아니면 애인이다. 재미난 사실은 부부인지 애인인지 한 홀만 지나면 캐디에게 바로 들킨다. 한 번쯤은 애인과 라운드를 해보았으리라. 때문에 아내와 연인, 혹은 남편과 연인이 볼을 칠 때 분위기가 ‘확’ 다르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안다. 사실 골프뿐만 아니다. 아내와 애인은 무엇을 해도 표가 나게 마련이다.

실제로 아내에게 필드에 나서기만 하면 잔소리를 해대는 친구가 있다. 지인 중에 아마추어 여성 골퍼 K씨가 있다. 80대 초반을 친다. 드라이버 거리도 남편보다 더 나간다. 다만, 퍼팅이 조금 약하다. 남편은 시도 때도 없이 퍼팅 가지고 야단이다. “왜 똑바로 놓아줬는데도 홀에 못 넣느냐”고 난리다. 엥~ 다 들어가면 프로 하지. 급기야 싸움이 되고 즐거워야 할 골프는 홀마다 목소리를 높이다가 서로 스트레스만 받고 등 돌리고 집을 향한다.

애인과 아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부부는 대개 말이 없다. 그리고 코스에서 떨어져서 다닌다. 애인은 다정다감하다. 웃음소리부터 다르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아내에게는 빨리 치라고 성화다. 애인에게는 티를 꽂아 볼까지 올려준다. 부부는 각자 클럽을 꺼낸다. 하지만 애인에게는 클럽을 골라준다.

페어웨이에서 아내가 뒤땅을 치면 “왜 그렇게밖에 못 치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애인에게는 “잔디가 이상하네”라며 클럽으로 잔디를 툭툭 친다. 아내가 친 볼이 벙커나 워터해저드에 빠지면 “피서를 안 갔다 왔나” 하고 면박을 준다. 애인에게는 “누가 그쪽에 벙커를 만들라고 했어?” 하고 코스설계가를 나무란다. 아내가 OB를 내면 나가서 “벌타 먹고 OB티에서 치시지” 하고, 애인에게는 “멀~리~건”을 서너 번씩 외친다.

그늘집에서는 차별이 더 심해진다. 아내에겐 “뭐 마시겠느냐”고 물어보지도 않으면서 애인에게는 직접 생과일주스를 갖다 준다.

애인이 10m짜리 버디를 해보라. “나이스 버디!”를 외치며 폴짝폴짝 뛰면서 환호한다. 아내가 버디를 해보라. 가자미눈을 뜨고 “집안일은 내박쳐 두고 볼만 치지, 볼만 쳐” 하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아내에게는 잘못 친 것만 지적질하면서 애인에게는 “뭘 믿고 그렇게 볼을 잘 치느냐”고 감탄사를 남발하기 일쑤다.

아내가 트리플보기를 해보라. “당신은 지금 골프와 코스를 모독하고 있는 거야” 하고 버럭 화를 낸다. 애인의 스코어카드에 그렇게 적히면 “같은 그린피 내고 많이 치는 것이 경제적이지” 하고 살살 애교를 떤다.

“여보, 여기는 풍광이 참 아름답지” 하면 “골프도 못 치면서 무슨 놈의 경치야” 하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애인에게는 “그대가 장미꽃인데 경치는 무슨 경치~” 하고 닭살을 돋게 한다.

사랑을 하면 뵈는 게 없나 보다. 애인이 하는 짓은 다 예뻐 보이고, 아내가 하는 짓은 다 미워 보이는지. 그럴 거면 뭐 하러 함께 골프장에 가나. 따로 가지. 사랑해서, 눈멀어서 결혼한 사람은 아내인데 어찌 필드에만 나가면 무슨 ‘웬수덩어리’가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여자도 남자 못지않다. 심수봉의 노랫말처럼 ‘남자는 다 그래, 여자는 더 그래’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못하지 않다. 결혼한 여자가 ‘영~닭’ 하고 골프하는 것을 보면 난리도 아니다. 꼴사나워서 차마 눈 뜨고 못 본다. 젊어서 좋은 건지, 애인이라서 좋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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