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 노동자 삶부터 돌아봐라

입력 2016-08-08 10:50 수정 2016-08-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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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자본시장2부 기자

지난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 개혁의 핵심 과제로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일방적인 금융상품 판매 방식의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고객 개개인별로 질적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월세입자 투자펀드,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 방안 등이 그 선에서 나왔다.

그러나 해당 정책들은 시작 전부터, 혹은 시행 이후에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월 출시 후 최근 3개월 수익률이 공개된 ISA는 수수료가 세제 혜택보다 커 가입자들의 원성을 샀다. 시행 초기에는 판매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위가 내년에 시행하겠다고 밝힌 월세입자 투자풀 조성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지고 위법성마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한국증권금융 등을 동원해 손실이 발생해도 최소화해주겠다고 한 것은 개별 투자자 손실을 일반 국민에게 돌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 방안도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허가 업체 선정을 위한 테스트베드 운영 과정에서 참여사에 시험 비용을 물릴 것으로 보여서다.

허울뿐인 국민 재산 늘리기 이면에서 금융당국은 금융 노동자 성과 체계 개편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에는 최하위 직급을 제외한 모든 금융 노동자에 대해 성과보수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사실상 성과연봉제를 정식 법률도 아닌 시행령을 통해 도입하는 것이다.

임금 체계는 노동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개개인의 재산 형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과보수 도입은 소수의 사기를 진작시킬진 몰라도 대다수 직원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성과주의에 내몰린 직원들은 애초 금융위가 추구한 질적 자산관리보다는 기존의 양적 상품판매 경쟁에 몰두할 것이다. 금융 노동자 외에 일반 고객의 재산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재산 형성을 돕겠다며 거창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은 여느 유사수신 업체에서나 봄직한 일이다. 업계 노동자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금융 거래의 품질이 제대로 관리·감독된다면 누군가 재산을 억울하게 잃을 일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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