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수사 2개월만에 '신격호 탈세' 카드 빼든 검찰… 반전 성공할까

입력 2016-08-08 17:03 수정 2016-08-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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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신동주도 수사 대상" 승부수 던져

(신태현 기자 holj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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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롯데 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착수한 지 2개월 만에 신격호(95) 총괄회장의 탈세 혐의를 조사하며 오너 일가 압박에 나섰다. 그동안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 난항을 겪던 검찰이 이번 카드로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6) 씨를 불러 조사하기로 하고 변호인과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8일 밝혔다. 당초 서 씨는 비자금이나 정관계 로비같은 수사의 '본류'와는 무관한 인물로 평가됐다. 실제 서 씨는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딸 신유미(33) 씨와 함께 나눠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도 않고 거느린 계열사도 없다. 서 씨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그가 지분을 가진 유원실업이 롯데시네마 매장 내의 식·음료 판매권을 독점하는 특혜를 누렸다는 정도다.

비자금 수사를 진행하던 검찰이 롯데홀딩스 지분 양도과정을 문제삼은 것은 롯데 그룹의 핵심 조직인 정책본부와 오너 일가를 직접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탈세 혐의와 관련해 서 씨와 신 이사장은 물론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했다. 롯데홀딩스가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경영권을 나눠가진 신 총괄회장의 두 아들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 건과 관련해 (신 회장 등이) 참고인이 될 지 피의자가 될 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 1.4%를, 신 전 부회장은 1.6%를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2006년에서 2010년 사이 신 총괄회장이 서 씨와 그의 딸, 신 이사장에게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양도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을 방법을 찾아보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치매로 인해 사실상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직접 조사를 벌이는 것은 물론 처벌을 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신영자 이사장. 사진= 신태현 기자 holjjak@)
(신영자 이사장. 사진=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 2개월 동안 검찰은 롯데 소유주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규명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장기간 내사를 진행한 검찰은 수사 시작과 동시에 정책본부를 압수수색하며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으로 해마다 수백억 원이 흘러간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룹 측에서는 정당한 배당금과 급여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아직까지 이를 반박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돈의 규모가 크고 배당금으로 받을 수 있는 합계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오너가 일가 전체의 주식 배당, 급여 등을 들여다 보고 있다"면서도 "이 돈이 비자금이라고 단정한 적은 없다"고 한 발 물러선 태도를 취했다.

계열사인 대홍기획과 롯데쇼핑간 가공거래로 거액의 비자금이 형성됐다는 의혹을 밝히는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대홍기획 대표를 지낸 장선욱(58) 롯데면세점 대표와 최종원(59) 전 대표를 불러 조사했지만, 최 전 대표가 재임 시절 1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광고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황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특히 롯데홈쇼핑이 사업 재승인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국세청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 부분은 강현구(56)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구심점을 잃은 상황이다. 지난해 검찰이 야심차게 기획했던 포스코 비리 수사에서도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차례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던 전례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로비) 단서를 가지고 있지만, 영장이 기각돼 강 대표를 추궁할 기회를 상실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검찰이 탈세 혐의 카드로 상황을 반전할 수 있을 지는 자문을 맡은 A로펌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롯데케미칼 수사에서도 탈세 혐의로 활로를 찾은 바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일본 롯데물산과의 거래 과정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200억 원대 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이 250억 원대 법인세를 부당하게 환급받은 사실을 밝혀내면서 주요 피의자인 기준(70) 전 롯데물산 사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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