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오프라인 할인점 체인 월마트가 8일(현지시간) 회원제 인터넷 쇼핑몰 벤처기업인 제트닷컴을 33억 달러(약 3조6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온라인 유통공룡으로 급성장한 아마존을 정조준한 행보라는 평가다.
월마트는 제트닷컴 인수대금으로 30억 달러 현금과 3억 달러어치의 월마트 주식을 지급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제트닷컴 인수 작업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마트의 이번 제트닷컴 인수는 월마트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유통업체인 매스마트홀딩스를 23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이제까지 가장 큰 투자였다. 사실상 창립한 지 1년도 채 안된 신생기업에 역대 최대 규모의 베팅을 한 셈이다. 그간 독자적인 방식으로 온라인 사업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 해온 월마트로서는 경영전략을 대폭 전환한 것이다. 월마트는 15년 전 월마트닷컴을 만들며 온라인 유통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매출은 137억 달러에 그친다. 반면 같은 기간 아마존은 924억 달러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월마트의 이번 제트닷컴 인수는 아마존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트닷컴은 지난해 설립된 신생 업체다. 연간 회비를 낸 유료 회원들에게 다른 사이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온라인 코스트코’로 불리기도 한다. ‘아마존보다 저렴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창업 때부터 아예 아마존을 정조준해 공격적으로 성장해왔다. 여기에 구매량이 많아지면 배송료를 깎아주고, 신용카드 대신 직불카드로 결제하면 할인해주는 방식 등을 채택해 젊은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성장하고 있다. 그 결과 매달 회원 수가 40만명 씩 늘어나고 창립 첫해 말 기준으로 1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월마트가 신생기업에 대규모 베팅에 나선 것은 전자상거래 분야에 잔뼈가 굵은 제트닷컴 창업자 마크 로어의 영입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로어는 업계에서는 “최고의 온라인유통 전문가”로 손꼽힌다. 로어는 10년 전 온라인 쇼핑몰 다이아퍼스닷컴(Diapers.com)을 창업해 대박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그러나 대박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는 다이아퍼스닷컴이 급성장하자 기저귀 등 육아용품 사업에 뛰어들어 무조건 다이아퍼스닷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로어는 가격 경쟁과 매각 압력에 시달리게 됐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아마존이 다이아퍼스 모기업인 퀴드시를 인수했다. 로어는 회사를 매각한 후 아마존에서 3년 가까이 일했으며 이후 아마존을 나와 새로운 경쟁업체인 제트닷컴을 차렸다. 이번 양사의 M&A 이후 로어는 제트닷컴은 물론 월마트 닷컴 등 월마트 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을 총괄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월마트의 오프라인 유통망과 제트닷컴의 전자상거래 전략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향후 월마트닷컴과 제트닷컴은 통합되지 않고 개별 브랜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