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건설을 그룹 비자금 조성지로 지목하고 임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당했다. 롯데케미칼과 대홍기획 등 주요 계열사 비자금 수사가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박사랑 판사는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롯데건설 상무 박모 씨와 같은 회사 상무보 최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의한 주요범죄혐의 소명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피의자의 주거 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롯데건설을 통해 하도급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공사대금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2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초 박 씨 등을 구속한 뒤 자금 사용처와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 지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롯데 수사팀은 롯데홈쇼핑 사업 재승인 로비 의혹 관련해서도 강현구(56)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로비 대상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2개월째 롯데그룹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계열사 탈세 혐의 일부를 밝혀냈을 뿐,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해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검찰이 야심차게 기획했던 포스코 비리 수사에서도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차례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던 전례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최근 최종원(59) 전 대홍기획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재임 시절 10억 원대 비자금을 조상하고 광고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