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학파의 대부’ 고(故) 남덕우 전 총리를 따라다닌 수식어 중 하나였다.
서강학파란 1960년대 미국에서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배운 뒤 귀국해 서강대 교수로 활동했던 경제학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던 시기 실제 경제관료 등으로 발탁되거나 경제정책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서강학파의 이론은 철저한 ‘성장론’이다. 서양의 근대화 모델을 토대로 대기업과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이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닥치고 성장’ 정도로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 전 총리가 작고하기 직전까지도 방송에 출연해 “파이를 더 키워야 분배를 하지, 파이 없이 분배를 어떻게 하느냐”고 말한 데서도 학풍을 엿볼 수 있다.
1969년 남 전 총리 입각은 서강학파 경제 이론이 정책으로 윤곽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남 전총리를 비롯해 김만제 전 부총리, 이승윤 교수 등이 각각 재무장관과 금융통화운영위원,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을 맡은 ‘서강학파 1세대’로 불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이승윤 전 부총리를 금융통화 운영위원, 김만제 전 부총리를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대원장으로 기용하는 등 서강대 교수 출신들을 차례로 중용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도 서강학파를 중용했다. 전 전 대통령은 서강학파인 신병현 전 부총리, 김재익 전 경제수석을 기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승윤 전 부총리, 김종인 전 경제수석 등을 중용했다.
다만 서강학파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비판 속에 입지가 좁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서강학파의 공과에 대해 다양한 견해에도 '한국의 양적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많지 않다.
한편 서강학파는 박근혜 정부 들어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 홍기택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의 발탁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해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 등은 ‘2세대 서강학파’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