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탁블로그] 하나투어 갑질 논란, 그 후 4개월

입력 2016-08-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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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초유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증권가를 술렁이게 했던 ‘하나투어 갑질 사건’이 있은 지도 4개월이 지났다. 사건의 발단은 교보증권의 한 애널리스트가 하나투어의 면세점사업 부진을 근거로 이 회사의 주가를 대폭 하향하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낸 것이었다. 이에 반발한 하나투어 측이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기업탐방을 못하도록 하겠다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전에도 상장사의 ‘갑질’ 사례는 많았지만 이 사건은 증권사 리서치센터 구성원들을 자극했다. 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상장회사에 대해 자유롭고 합리적인 비판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취지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동업자 정신이 모래알 같기로 유명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그동안 상장사의 눈치를 보며 쌓였던 애널리스트의 울분이 한 번에 터져 나왔다.

사건 이후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위상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 지난 2분기 자료를 보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처지가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기업의 투자등급 보고서 비율을 공시한 48개 증권사 중 절반이 넘는 25개사는 2분기 중 ‘매도’ 의견 보고서를 단 한 건도 발표하지 않았다. ‘하나투어 갑질’이 불거지기 전이었던 1분기보다도 3곳이나 많아진 것이다. 모든 보고서를 ‘매수’ 의견으로 낸 증권사도 지난 1분기보다 1개사 늘어난 4개사였다.

문제가 곪아 터지고 나서도 달라진 점이 없는 이유는 ‘구조적 문제’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증권사는 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기업공개(IPO), 기업설명회, 채권 인수, 주식 발행 등 증권사 수익에 직결되는 업무를 수주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기업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분석보고서를 낸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직·간접적 보복을 할 수 있는 입장이다.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투자 판단의 제공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지금의 구조는 기업에 불리한 보고서를 인위적으로 막는다면 결국 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일례로 대규모 영업손실이 예고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최근까지 ‘매수’ 일변도의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누가 봐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당사자인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상장기업에 맡기기만 해서는 현재의 구조가 바뀔 수 없다는 판단이다. 애널리스트는 공동성명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증권사를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나 시장을 정상화해야 할 금융당국이 더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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