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해할 수 없는 전기요금 누진제

입력 2016-08-0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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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자본시장1부장

요즘 우리 가족은 연일 가마솥 찜통 더위에 밤마다 에어컨과 씨름을 하고 있다. 마음껏 틀자니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이 두렵고 선풍기 바람만으로 버티기엔 너무 힘든 무더위다. 아내와 나는 매번 새벽에 두세 번 깨어나 에어컨 사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내가 틀면 아내는 중간에 끄고 더워서 다시 일어나 틀면 어느 틈엔가 에어컨이 꺼져 있다.

그냥 시원하게 틀고 자자고 하면 아내는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을 걱정하며 세상 물정 모르는 남편으로 치부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신뢰하기 어렵지만) 상위 중산층(?)에 속하지만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컨은 있어도 전기요금 때문에 그림의 떡으로 전락해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평소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것도 아니다. 화장실 불이나 사용하지 않는 방이나 거실 불은 항상 끄고 산다. 쓸데없이 불을 켜 놓으면 아내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다.

정부 통계대로라면 90% 이상 가구들이 이번 불볕 더위 속에서 전기요금을 걱정하며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나 한국전력은 에너지 과소비를 막고 저소득층의 부담을 완화하려면 누진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다. 과연 그럴까. 2년 전 세종청사를 출입할 때 에너지 절약 관련 기획기사를 준비한 적이 있다. 관련 자료나 아이템을 얻고자 산업부 고위관료와 한국전력 담당자와 접촉했을 때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전력이 남아도는데 무슨 뜬금없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눈치다.

2011년 전력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가 났을 때는 마치 국민이 전기를 펑펑 쓴다는 식으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정책 부재로 발생한 블랙아웃 사태를 마치 국민의 에너지 과소비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치부했다.

넉넉잡아 소득 상위 10%를 뺀 대부분 국민 중 누가 누진제 폭탄요금을 무서워하지 않고 전기를 펑펑 쓸 수 있을까.

실제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2012년 기준으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6위다. 산업용과 공공·일반용까지 합치면 1인당 전체 전력 소비량이 8위인 것을 고려하면 에너지 낭비의 주범은 과연 누구일까 묻고 싶다. 특히 전체 전력의 13%만 가정용이 차지하고 있어 OECD 다른 국가들의 30%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산업계에서도 전기요금 특혜 논란에 억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용 전기료도 인상보다는 오히려 인하의 대상이며 특혜 없이 미국이나 중국의 보호무역 표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업계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를 내세우며 지난해 한전의 원가회수율이 109%라며 오히려 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가정용이나 산업용 전기요금의 이익을 한전이 가져간다는 얘기다. 한전에 대해 시민단체나 산업계가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한전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뭔가 석연찮다.

또 정부와 한전이 주장하는 저소득층 부담 완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빈곤통계연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소득 수준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절대빈곤율이 12.2%로 집계됐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3% 가까이 된다고 한다. 한전이 발표한 자료에서 이들 3%의 기초생활수급자 중 단지 2.5%만이 누진요금이 부과되지 않는 누진제 1단계에 해당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중 1인 가구 수가 많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506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6.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60대 이상이 34%인 것으로 분석했다. 1인 가구 중 상대빈곤율이 47.6%를 차지하는 것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분석했다. 이를 고려하면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1인 가구가 많아 누진제 1단계 혜택을 적용받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징벌적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체계를 10년째 손보지 않으면서 전기료만 인상하는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이 몇 명이 될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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