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의 공화당원이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낙선시키겠다며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최근까지 공화당 하원 수석정책국장을 맡았던 에번 맥멀린은 이날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 1년간 미국인들은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서 “지금이 바로 새로운 리더십이 나설 시기”라면서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출마가 트럼프를 저지하려는 것임을 강조했다. 맥멀린은 트럼프에 투표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하며 “공화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리(대통령)에 가까이 간 남성 때문에 분열됐다. 많은 이들이 트럼프를 공화당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멀린은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도 “대선후보가 반드시 갖춰야 할 판단력과 윤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링크트인에 따르면 유타주 프로보 출신인 맥멀린은 1999년부터 2010년까지 CIA에서 대테러 담당 요원 등으로 근무했으며 하원 외교위원회 수석보좌관을 거쳐 최근까지 공화당의 하원 수석정책국장을 맡았다. 2011년에는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해, 트럼프와는 동문지간이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유엔(UN)에서 난민 재정착 부문에서 자원봉사자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다.
맥멀린는 그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럼프를 “권위주의자”라고 비판하며 트럼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맥멀린은 ‘베터 포 아메리카(Better for America)’라는 단체의 지지에 힘입어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반(反)트럼프 세력으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를 지지했던 존 킹스턴이라는 거물급 후원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은 비록 맥멀린이 절반이 넘는 주에서 후보 등록 시한을 넘겼지만 출마만으로 트럼프에 반대하면서도 클린턴으로 쉽게 선회하지 못한 공화당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공화당내에서도 반 트럼프 세력의 트럼프 저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전당대회 전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을 저지하려 했던 공화당 대의원들이 전국위원회(RNC) 위원들에게 탄원서를 보내 트럼프를 대체하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