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전반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을 11일 불러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허 사장을 11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허 사장의 혐의에 관해 "1차적으로는 법인세 부정환급이고, 그 밖에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다"며 "(일본 롯데물산) 수수료 부분도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허 사장이 롯데케미칼의 270억 원대 법인세 부정환급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지시를 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형 1512억 원 상당의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70억여 원을 부당하게 환급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에 합병되기 전 케이피케미칼 사장을 지낸 기준(70) 전 롯데물산 사장은 이 부분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신동빈(61) 회장이 2004년 KP케미칼을 인수할 당시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대표를 지낸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신 회장이나 인수합병을 추진한 정책본부가 일종의 소송사기에 해당하는 이 범죄에 지시를 하거나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처벌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검찰은 소송 진행 과정에 참여했던 회계법인을 상대로 '실물 자산이 없는 상황을 알고 소송에 반대의견을 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사장의 진술 내용에 따라 소송을 진행한 로펌 실무자들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소송에는 국내 유력 대형 로펌 2곳이 관여했다.
롯데케미칼의 2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도 검찰이 조사할 부분이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해외에서 거래하는 과정에서 롯데물산을 끼워넣고 수백억 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11년부터 수수료를 지급한 부분이 석연치 않다며 구체적인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롯데케미칼이 응하지 않자 일본 사법당국에 공조를 요청했다. 롯데 측은 1997년 금융위기 당시 일본 롯데물산이 자금을 융통한 데 따른 금전지금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수수료 지급 시기가 맞지 않는 데다 일본 롯데물산이 롯데케미칼에 자금을 융통할 정도의 규모를 갖춘 회사인지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