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맞수 롯데와 신세계가 잇따라 PB(자체 브랜드)상품을 출시하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신세계가 프리미엄 간편식 피코크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 호텔 김치까지 PB 시장 자체를 키우자 롯데도 이에 맞서는 PB 브랜드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롯데호텔 이병우 총주방장의 특급호텔 레시피와 30년 넘게 김치 제조에 매진해온 김순자 식품명장의 노하우가 만난 ‘요리하다 롯데호텔 김치’를 출시했다. 앞서 신세계 이마트는 신세계 계열인 조선호텔과 합작한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를 내놓은 바 있다. 이로써 롯데와 신세계는 올해만 4번째 PB 대결을 펼치게 됐다.
양사가 각축을 벌이는 PB시장의 선두주자는 유통업계 2위인 신세계다. 신세계는 수년 전부터 PB상품 개발에 매진하며 상품군마다 하나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마트의 프리미엄 브랜드 ‘피코크’는 2013년 출시 이후 매출이 3년 만에 1200억 원대로 4배 성장했다. 상품 가짓수도 지난해 600개에서 올해 14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초저가 전략으로 출시된 노브랜드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시 당시 9개에 불과했던 노브랜드 상품 수는 현재 300여 개까지 늘어났다.
이에 맞서 롯데그룹은 프리미엄 통합 PB ‘초이스 엘 골드’를 출시했다. ‘유통공룡’답게 상품 기획부터 제품 생산까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 롯데 유통사와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 등 제조사가 협력해 시너지를 끌어올렸다.
의류 분야에서도 신세계가 빨랐다. 2009년 SPA(국내 제조·직매형의류) 시장에 나온 ‘데이즈’는 6년 만에 시장 매출 2위에 오를 만큼 성장했다. 지난 3일에는 이마트가 SPA 브랜드 역량 강화를 선포하며 BI(Brand Identity) 리뉴얼과 함께 배우 윤시윤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롯데마트도 지난 3월 자체 의류브랜드 ‘테’(TE)를 통해 SPA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신세계보다 롯데가 앞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엘앤코스’(el&cos)를 론칭했다. 이에 질세라 이마트는 이로부터 한 달여 뒤 ‘센텐스’(SCENTENCE)를 선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은 기존 제품보다 이익률이 높고 제조업체와의 협업,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 비용 등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 침체한 대형채널 시장의 대안이 될 것”이라며 “각사를 대표하는 차별화된 브랜드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