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터키 극적 관계회복…속내는 미국·EU 압박 카드?

입력 2016-08-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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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사건으로 양국이 앙숙관계로 돌아선 지 8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에서 약 3시간 동안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양국의 정상적이고 전면적인 관계 복원을 위한 모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러시아도 그런 일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러시아와의 관계를 위기 이전 수준은 물론 그보다 더 진전된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길 원한다”면서 “터키는 이러한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터키는 시리아 내전 해법을 두고 오래전부터 갈등관계를 이어왔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터키 공군이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이날 3시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관계를 전면 복원하기로 했다. 무역 제재는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에너지 사업도 재개하기로 했다. 푸틴은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사실상 터키와의 밀착관계를 예고했다. 그는 “전폭기 사건 이후 터키에 취한 경제 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해 나갈 것”이라면서 “터키로 향하는 전세기 운항도 조만간 재개하고 러시아 내 터키 기업 및 터키인 노동활동에 대한 제한도 가까운 시일 내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두 나라가 이같이 급속도로 밀착관계를 형성하게 된 것은 두 나라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문제를 계기로 서방과 사실상 냉전 중이고 터키는 군부 쿠데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숙청과 함께 사형제 부활을 선언하면서 서방과 갈등을 빚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동유럽을 두고 사사건건 부딪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회원국인 터키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영향력 유지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서는 구데타 직후 즉각 자신을 지지한 푸틴과 달리 나토의 서방 동맹국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특히 난민 수용을 통해 유럽 난민사태에 해결에 열쇠를 쥔 터키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 가능성으로도 EU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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