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최근 3년 동안 주요 20개 대기업에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해 손해 본 금액만 수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고도 큰 이익이 남아 현금배당 잔치를 벌였고, 상당액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 흘러들어가 적자 보전에 사용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0일 공개한 한전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2012~2014년 3년간 상위 20개 대기업에 전기를 공급한 데 따른 원가손실액은 3조 5418억 원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가손실액은 전기를 싸게 제공함에 따라 생산원가에서 손실을 본 금액이다.
기업별로 가장 혜택을 많이 본 곳은 삼성전자로 4291억 원을 아꼈다. 이어 포스코(4157억6000만 원), 현대제철(4061억1800만 원), 삼성디스플레이(3716억2200만 원), 에스케이하이닉스(2361억9400만 원), 엘지디스플레이(2360억4400만 원), 엘지화학(1684억3400만 원) 등이 1500억 원 이상의 전기료를 절감했다. 2014년도 한해에만 이들이 거둔 혜택은 7239억4900만 원에 이른다.
박 의원은 “한전이 대기업의 전기요금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은 정부가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대기업에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체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2014년 101.9%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대기업 특혜를 위해 다른 기업이 전기요금을 더 부담하는 셈이다.
반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의 산업용 전기료가 결코 싸지 않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 홍보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1~2013년 주택용 전기요금은 9.7% 오르는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33%가 뛰었다”면서 “금액 자체는 싸다고 해도 공장 풀가동 등 기업의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낮춰야 할 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한전이 전기요금으로 남긴 수익금 중 상당 부분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에 현금 배당한 것을 두고 산업은행의 부실을 메워주는 격이라는 비판도 있다.
5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전은 작년도 당기순이익만 10조1657억 원을 거뒀고 연결기준 순이익은 1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한전은 공기업으로서 순이익을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생산을 위해 투자하거나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데 투입하는 대신, 총 1조9901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배당잔치를 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전주식 32.9%를 보유한 산은이 한전의 최대주주로서 배당금만 6548억 원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국민이 부담한 과다한 전기요금이 산업은행의 적자를 보전하는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