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심은 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가느냐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높다. 하지만 미국 경기 개선세와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로 원화 강세(달러 약세)가 계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맞서고 있다.
◇원·달러 14개월만에 1100원선 붕괴 = 지난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0.7원 내린 109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5월 22일 기록한 1090.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브렉시트 직후인 6월말만 해도 달러당 1180원을 넘나들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환율은 하락세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잇따라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풍부해진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리면서 원화 강세를 더욱 부추겼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의 2분기(4~6월) 기업 실적 호조와 S&P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은 외국인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원화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실적 개선세를 보이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가 증가했다. 신용등급 상승에 따른 국가 브랜드 자체가 상승한 면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사기 위해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원화 가치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 지표가 부진하다는 발표도 원화 가치를 더욱 끌어 올렸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미국의 2분기 비농업부문 노동생산성 감소발표에 미 경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단기 전망 1090원 vs 1070원 = 시장에서는 원·달러 저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다수의 전문가는 당분간 원화 강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하락이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과 글로벌 통화완화 정책 등 대외 변수에 기반한 만큼 당국의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 움직임에 당국의 환율 개입이 어려워진 점도 근거로 지목됐다. 앞서 지난 4월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을 중국과 대만, 일본, 독일과 함께 환율 조작 여부를 감시하는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김두언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완화되며 달러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만큼 대내적인 수단으로 추세를 되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게다가 당국에서는 4월부터 미국 재무부의 눈치를 보면서 개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되며 단기적으로 107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증권사의 외환 딜러는 “미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릴 대외 요인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 현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당국의 개입으로도 당분간 하락세를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원화 강세 기조가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경기 개선세에 따라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대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달러 하락세는 너무 과도한 속도감을 보였다. 1100원 아래로 떨어진 만큼 속도는 완만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환율 약세 압력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당국이 속도조절을 위해 개입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실제 이날 장마감 후에는 역외사장에 달러 레벨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최상목 차관의 구두 개입도 있었다. 이번주 1090원을 지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