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원(63) 농협 회장이 법정에 나서 자신을 지지하는 조합장들과 사전에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11일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 등 13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회장과 공모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덕규(66)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등 3명은 단독 재판부에서 먼저 재판을 받다가 나머지 공동피고인들과 함께 심리를 받게 됐다.
김 회장 측은 조직적인 지지가 이뤄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피고인들과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합장들이 김 회장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거운동을 했지만, 사전 계획을 거쳐 이뤄진 범행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 위탁선거법은 위탁단체의 임직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 후보자가 아닌 제3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것이 과도한 규제라는 시각도 있다. 김 회장의 당선을 도운 측근 중 한 명은 이날 위헌법률심판제청 관련 주장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진행한 뒤 다음달 6일부터 본격적인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최 조합장 등 농협 관계자들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데 관여한 혐의를 받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최 조합장 등은 선거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해 결선 투표에 오르지 못하자 대의원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함께 '김병원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과 최 조합장은 선거를 한달 여 앞둔 지난해 12월께 측근을 통해 결선투표에서 서로 밀어주기로 사전 연대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