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와 버라이존, 제너럴모터스(GM)는 소매업과 무선통신, 자동차 분야에서 각각 미국 최대 기업이다. 세 기업은 전혀 다른 업종에 있지만 ‘디지털’이라는 같은 화두를 갖고 있으며 최근 IT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했다고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월마트는 최근 33억 달러(약 3조6300억 원)에 사업을 시작한지 1년 밖에 안된 이커머스 스타트업 제트닷컴을 인수했다. 아마존닷컴의 독주에 이커머스는 상대적으로 벤처캐피털업계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분야가 됐다. 그러나 제트닷컴은 대량의 상품을 도매가격으로 구입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분야의 ‘코스트코’를 추진하면서 차별화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전자상거래 분야로 발을 넓히려 수년이나 시도했지만 별 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한 월마트는 아마존 대항마로서 제트닷컴에 주목한 것이다.
버라이존은 야후 인터넷 사업을 인수해 자회사인 아메리카온라인(AOL)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보려 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광고 시장을 과점하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GM은 올해 초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 경쟁사인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자동차가 전자기기화되고 애플과 구글 등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뛰어드는 등 자신의 영역을 위협하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디지털에 대한 이들의 투자는 큰 것처럼 보이지만 IT 분야에서는 너무 지나치다고 할 수준은 아니라고 FT는 전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2년 전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시징 앱 와츠앱을 190억 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와츠앱은 수익모델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 시장에서 페이스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헤지 용도로 와츠앱 인수를 결정했으며 이는 현재 성공적인 베팅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마트가 제트닷컴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돈은 회사 전체 시가총액의 1%도 안 된다. IT 부문에서 여러 차례 굵직한 딜을 성공시켰던 제프 골드스타인 전 유나이티드온라인 CEO는 “월마트가 제트닷컴 성과 부진으로 돈을 잃을 수 있는 위험도 이커머스를 살리지 못하는 더 큰 문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버라이존은 야후의 방대한 PC 사용자를 바탕으로 AOL의 온라인 광고 플랫폼을 활성화하려 하고 있다. 다만 야후가 지난 수년간 광고사업을 살리려 했지만 실패한 것처럼 버라이존도 성공에 이를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FT는 지적했다.
GM이 리프트 지분 9%를 인수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방식이 장기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 젊은 세대는 차량을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줄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적으로 차에 적용되면 앱으로 자동차를 호출해 교통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골드스타인은 “‘승자독식’의 차량공유 시장에서 GM은 우버와 정면대결을 펼쳐야 할지를 조만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