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형집행면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되면서 이 중대 변수가 CJ그룹의 인수합병(M&A)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은행(IB)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CJ는 대부분의 국내 M&A 거래에 참여했다. 이 중 완주보다는 중도 포기가 많았다. CJ는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M&A 거래 중 티몬, 대우로지스틱스,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코웨이 등에 관심을 보이다가 정작 본입찰에서는 발을 뺐다.
그 배경은 ‘지금 회장님이 자리에 없어 중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라는 신호를 정부의 영역에 보내기 위해서로 해석되고 있다. 사들일 마음이 없는 기업의 인수전에도 참여하면서 이 같은 정치 효과를 극대화시킨 것이 CJ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물론 M&A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정말 사고 싶은데 해외에 있는 매물은 샀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중국 룽칭물류를 4550억 원에 인수했다. IB업계 관계자는 “CJ가 강화하려는 분야는 해외 물류나 원자재 사업이지 국내 소비재, 식음료 사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사면복권이 CJ그룹이 국내 M&A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CJ는 현재 동양매직과 한국 맥도날드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 인수보다는 8ㆍ15 사면 발표를 앞두고 정치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였다면? 본입찰에서는 발을 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두 회사 모두 CJ의 식음료 사업과 사업적 연관성을 갖추고 있지만 최근 대기업들은 국내 기업 인수보다는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사건 사고가 많고 정치적으로 시달려야 하는 국내 유통부문에서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반면 CJ가 보은성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오너가가 수혜를 입은 뒤에는 ‘사상 최대 투자’, ‘사상 최대 고용’과 같은 정책을 내놨다. 폐섬유증으로 사이판과 제주도에서 요양했던 이채욱 CJ 부회장이 지난달 서울로 돌아온 것도 시점이 미묘하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이 있다. 기업은 사람의 복합체다. 그 정점에는 오너가 있다. CJ그룹이 올해 하반기, 내년 초에 국내 M&A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