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제약사 3곳 중 2곳은 지난해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미약품이 가장 많은 비용을 신약 개발에 쏟아부었고 LG생명과학과 부광약품은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코스피 상장 제약사 30곳의 상반기 R&D 비용이 492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5% 늘었다. 30개사 중 66.7%인 20개사가 전년대비 R&D 지출을 늘렸다. 30개사의 매출 대비 R&D 비율은 평균 9.2%로 집계됐다.
업체별 R&D 투자 현황을 보면 한미약품이 상반기에 가장 많은 7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6.9% 줄었지만 투자 규모는 다른 업체들을 압도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R&D 비용부담 절감 요인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총 6건의 대형 신약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기술수출 계약 이후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아벤티스 등 파트너사들이 후속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직접 투입하는 R&D 비용은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이미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 이외에도 10여개의 신약과 개량신약을 개발 중이다. 또 글로벌 제약기업 대상의 위수탁 사업 확대를 목표로 1440억원을 들여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종근당, 대웅제약, 녹십자 등이 각각 상반기에만 500억원 이상을 R&D 부문에 투자했다. 종근당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 10여개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은 항궤양제,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등 신약 부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녹십자는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매출 대비 R&D 비율을 살펴보면 LG생명과학이 18.4%로 가장 높았다. LG생명과학은 2종의 바이오시밀러(엔브렐, 휴미라)를 비롯해 혼합백신 등의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자체개발한 당뇨신약 '제미글로'는 본격적으로 해외 판매가 시작됐다.
부광약품은 상반기 매출액의 18.3%를 R&D에 투입했다. 부광약품은 해외 업체와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미국 제약사 멜리어와 공동으로 당뇨치료제를 개발 중이고, 자회사인 덴마크의 콘테라파마와 파킨슨병치료제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18.1%), 대웅제약(13.7%), 종근당(13.1%), 유나이티드제약(12.9%), 동아에스티(11.8%), 현대약품(11.7%), 일양약품(10.9%), 녹십자(10.9%) 등 총 10개사가 매출액의 10% 이상을 R&D비용으로 썼다.
이연제약은 지난해보다 200.2% 증가한 33억원을 신약 개발에 투입했고 최근 중국에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을 수출한 유한양행도 전년대비 R&D 투자를 31.7% 늘렸다.
이에 반해 동성제약, 광동제약, 일성신약 등 9개사는 지난해보다 R&D 투자를 줄였고 환인제약, 한독, 제일약품, 국제약품 등10곳은 매출 대비 R&D 비용이 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