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통화정책 딜레마] 달러ㆍ엔 100엔 붕괴...마이너스 금리에도 엔고와 씨름하는 일본

입력 2016-08-17 08:49 수정 2016-08-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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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에도 엔고(달러당)가 맹위를 떨치면서 일본은행(BoJ)에 대한 금융완화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 은행 대출 확대 등을 유도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뜨렸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99엔대 후반까지 급등했다. 엔화는 같은 날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1% 이상 오르며 100엔대 초반에 거래됐으나 여름 휴가철이라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에서도 헤지펀드가 몰리면서 순식간에 100엔 선이 무너졌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00엔 선이 깨진 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이후 처음이며, 2013년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엔고로 기업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전날보다 1.62% 하락해 1만6596.51에 거래를 마쳤다.

올들어 엔화 가치는 상승률이 선진국 통화 수준을 웃돌고 있으며, 특히 달러에 대해서는 20% 뛰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지 16일로 6개월째를 맞았지만 엔고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엔 올랐다.

원래 일본의 금리가 떨어지면 미국과의 금리 차가 확대돼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게 되고, 그렇게되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 가치가 올라야 한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한 직후 시장은 이 공식대로 반응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에서 잇따라 불거진 악재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엔화 매수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연초 중국발 시장 혼란으로 엔화 매수 붐이 한 차례 거세게 일었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연내에 금리를 인상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달 일본은행의 정례회의에서 결정한 부양책 규모가 기대에 못미친 것이 엔 매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6월 24일 달러·엔 환율은 99엔까지 치솟았다.

국립호주은행의 레이 아트릴 외환투자 전략 공동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심리적 지지선이 깨진 상태가 계속되면 일본은행의 9월 회의에서 행동을 요구하는 압력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피델리티투신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행의 양적·질적 이차원 완화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추가할 수 있는 양적완화는 앞으로 한 번이 한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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