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현대중 신규 RG 발급 거부할듯

입력 2016-08-18 09:28 수정 2016-08-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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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선수금 지급보증(RG) 신규발급이 기약없이 미뤄질 위기에 놓였다. RG 발급은행 지정 방식 결정일이 임박했지만 NH농협은행이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RG 발급 방식 결정은 채권은행 간 만장일치가 기본 방침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주채권은행 자격으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조선3사(현대중공업ㆍ현대미포조선ㆍ현대삼호중공업)의 RG 발급 방식에 대한 동의서를 각 채권은행에 발송했지만, 농협은행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힌 셈이다.

RG는 조선사에 선수금을 지급한 발주회사에 선박이 제대로 양도가 되지 않을 경우 은행이 대신 선수금을 갚아주는 것을 말한다.

RG는 조선업계의 장기 불황에 따라 최근 은행권의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은행에선 조선사 여신뿐 아니라 추가로 RG까지 발급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채권단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조선업 여신규모가 비율적으로 가장 크게 줄어든 은행이 현대중공업의 새로운 RG 발급을 맡을 것을 요구했고, 일부 은행들의 동의도 얻어냈다.

각 은행별 리스크를 분담하는 차원에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의서 답변 기한 1주일도 남지 않았고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도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 1주일 내 가결이든 부결이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하나은행의 발급방식 제안이 사실상 자신들에게 RG 발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 여신 부실로 올 상반기 329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업 여신도 채권은행들 중 가장 많이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새 발급 방식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먼저 RG를 발급해야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동의한 다른 은행들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농협은행이 신규 RG 발급 방식에 대해 거부하면 현대중공업의 선박 수주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새로 수주한 선박에 대해 RG 발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나은행이 처음 제시한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선책 마련에 또 1~2개월 지체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새 RG 발급 방식이 농협은행을 놓고 정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금 당장 해당 은행을 정한다고 해도 농협은행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규 RG 발급을 놓고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의 첨예한 대립에 대해 신한·KB국민·우리 등 다른 은행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이번 안이 자신들에게 전혀 손해될 게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채권단 간 합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촌각을 다툴 만큼 급한 구조조정 대상도 아닐뿐더러 RG 발급은 채권단 간 합의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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