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올림픽-패배를 이겨내면 승자가 된다

입력 2016-08-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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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리우데자네이루 이파네마 해변 사진 한 장에 머문 내 시선.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양궁 대표 선수 세 명이 해변 모래밭에서 하늘 높이 뛰어올라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사진의 제목은 ‘남자 양궁 단체팀 유명 휴양지 이파네마 해변 구경’. 이파네마 해변은 ‘보사 노바(Bosa Nova) 스타일’의 음악으로, 1962년 발표된 이후 50년이 넘도록 전 세계에서 애창·애청되고 있는 ‘이파네마의 소녀(The Girl From Ipanema)’의 탄생 배경이 된 곳이다. 개막식에서 슈퍼모델 지젤 번천이 캣 워킹을 할 때도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연주됐다.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맑고 푸른 바다 위 드높은 하늘을 향해 높이 뛰어오른 양궁 선수들의 한껏 즐거워하는 표정과 몸동작! 다른 메달리스트들도 이들처럼 어디선가 승리를 즐기고 있겠지.

승리를 자축하는 승자들의 모습에 패배를 곱씹고 있을 패자들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남보다 일찍 귀국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죄지은 듯 고개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귀국 소감을 밝힌 후 황망히 인천공항 입국장을 떠나는 마린보이 박태환의 모습이 지나갔고 온두라스와의 축구 8강전에서 0 대 1로 진 후 운동장을 떠나지 못하고 통곡하던 손흥민의 모습도 다시 보였다. 심판의 오심으로, 체력 부족으로, 부상으로, 갑작스러운 컨디션 난조로, 상대방이 너무 강해 등등의 이유로 패자가 된 우리 젊은이들.

그들에게 힘이 되고, 패배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말과 지혜를 찾아 전해주고 싶어졌다. 오늘의 승자는 어제의 패자였으며, 지금 승리를 만끽할지라도 언제든 패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승부의 세계이니까. 그런 말은 올림픽 대표 선수뿐만 아니라 인생의 길 위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인용 사이트(Quote site)’를 찾아보았다.

원전(原典)이 알려지지 않은 다음 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승자는 언제나 정답의 한 부분이지만

패자는 언제나 문제의 한 부분이야.

승자는 언제나 (승리를) 계획하지만

패자는 언제나 (패배에 대한) 변명만 찾고 있어.

승자는 ‘너를 위해 이렇게 하마’라고 말하지만

패자는 ‘내가 그걸 왜 해?’라고 말하지.

승자는 어떤 문제에서도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만

패자는 어떤 해결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승자에게는 (골프를 치다가) 벙커가 아무리 많아도 그린이 먼저 보이는데

패자에게는 그린은 안 보이고 벙커만 보인다네 .

승자는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야’라고 말하는데

패자는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어렵겠는데’라고 말하지.”

1960년대에 승률 10%의 팀을 맡아 74%라는 경이의 팀으로 만들어내 아직까지도 미식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히는 빈스 롬바디는 이 말로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긍정과 헌신이 승자가 되는 기본 요건임을 역설한 그는 “승자는 멈추지 않는 사람이며, 멈추는 사람은 승리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연습과 훈련의 계속과 반복만이 승리를 가져온다는 뜻이겠으나 승리에 대한 열망이 끊겨서는 안 된다는 말로도 들린다.

‘즐기다 보니 이기더라’는 승자의 겸손도 있지만 누군들 지려고 경기에 나섰을까. ‘승자는 얻는 것이 있지만 패자에게는 쓰라림뿐’이라는 경구는 이기려는 마음가짐을 불어넣기 위해 만들어낸 것일 게다. 이 경구는 ‘Winners see the gain, losers see the pain’을 번역해본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승리의 첩경이라고 한 사람은 이밖에도 많다. 1970년대 초반에 ‘갈매기의 꿈’이라는 짧은 소설로 우리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리처드 바크도 그중 하나다. 그는 “이기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꿈을 크게 가져라’는 뜻으로 해석될 “높이 날아야 멀리 볼 수 있다”는 명언은 그가 ‘갈매기의 꿈’에서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의 입을 통해 한 말이다.

나는 미학 교수로 문화재청장도 지낸 유홍준 씨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에서 소개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멋들어진 말도 승리의 길을 가리키는 지시어(指示語)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멀리 보지 않고, 많이 알지 않으면 승리는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운명이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보편과 상식에 어긋나는 말을 많이 하고 있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구이다. 말과 사람은 다른 게 분명하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그가 어떤 운명을 새롭게 맞을지, 그땐 무슨 말을 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학교에서는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지 않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라는 차가운 경구도 있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의 승자 중의 승자라고 할 수도 있을 빌 게이츠가 어느 고교 졸업식 축사에서 한 것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찰스 사이크스라는 미국 방송인이 했던 말이다. 누가 말했건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뜻이 행간에서 읽힌다. 패배를 극복하고 승자가 되려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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