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터키 상공에서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사건 이후 얼어붙었던 러시아와 터키 관계가 이달 초 가진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빠르게 개선될 조짐이다.
우선 양국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다 중단됐던 에너지 사업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갈등 국면이 시작되기 이전에 논의됐던 ‘터키 스트림(Turkey Stream)’ 가스관 프로젝트에 대한 실무부처 협의가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타스가 최근 보도했다.
터키 스트림은 러시아가 자국의 천연가스 공급 확대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우회하지 않는 경로로, 유럽 6개국과 추진했던 ‘사우스 스트림(South Stream)’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대신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로 사우스 스트림 프로젝트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러시아 정부는 해당 프로젝트 폐기를 선언했다. 러시아 흑해를 건너 터키를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사업을 새롭게 계획한 러시아는 터키와 구체적인 논의가 들어갈 즈음에 전투기 격추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 더 이상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터키 스트림 사업은 단순히 사우스 스트림을 대체하는 사업만은 아니다”라며 “ 러시아와 터키간 가스 분야 협력을 상징하는 의미가 더 큰 프로젝트”라고 언급했다. 또한 “터키 스트림 사업은 날로 성장하는 터키의 경제 상황으로, 그만큼 터키에서 필요로 하는 가스 수요에 대응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터키에서 건설 중인‘아쿠유 원전공사’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터키 정부가 아쿠유 원전뿐 아니라 향후 추가 원전건설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원자력청 로스아톰은 지난해 4월 중단됐던 지중해 연안 아쿠유 원전공사 재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내 터키 건설회사들의 공사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터키 기업들이 러시아 내 관급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터키 기업에 대한 경제활동 금지를 전면 해제할 것이고 밝혔다. 모스크바 곳곳에 있는 주요 고급 건축물 중 터키 건설기업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것이 현지 건설 업계의 의견이다.
양국의 관광 산업도 과거와 같이 전면 개방됐다. 러시아 정부는 비자 면제 협정을 정상화하고 러시아 여행사의 터키 관광상품 판매금지도 해제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1월부터 터키에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가하며, 러시아 내 터키 기업들의 모든 경제활동을 사실상 봉쇄했다. 여기다 양국간 비자 면제 협정을 파기하고 터키인에게 러시아 노동허가도 내주지 않았다. 양국간 상호 보복 제재들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자 지난 9일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복원에 합의했다.
전명수 러시아 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