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매출성장 절반은 ‘남의 제품’..국내 제약사들의 생존법

입력 2016-08-1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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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ㆍ종근당 등 도입신약 대거 확보로 매출 '껑충'..신약 판권이 실적 좌우

제약사들이 올해 매출 성장의 절반 이상을 ‘남의 제품’으로 채울 정도로 허약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다국적제약사 신약 판매의 성과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이 고착화하는 추세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코스피 상장 제약사 15곳의 상반기 매출액은 4조368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3% 늘었다. 15개사의 상품매출 규모는 1조852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53% 증가하며 매출 성장률을 웃돌았다.

상품매출은 재고자산을 구입해 가공하지 않고 일정 이윤만 붙여 판매되는 매출 형태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다국적제약사로부터 공급받은 의약품으로 올리는 매출이 상품매출에 포함된다.

▲2016년 상반기 주요 코스피 상장 제약사 매출 및 상품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 자료: 금융감독원)
▲2016년 상반기 주요 코스피 상장 제약사 매출 및 상품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 자료: 금융감독원)
제약사들의 상품매출이 크게 늘면서 15개 업체의 올 상반기 매출 대비 상품매출 비율은 42.1%에서 전년(40.3%)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업체별 매출 대비 상품매출 비율을 보면 유한양행이 71.9%로 가장 높았고, 제일약품(68.4%), 한독(49.1%), 녹십자(48.5%), JW중외제약(48.1%)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원제약(8.4%), LG생명과학(12.6%), 영진약품(12.7%) 등이 ‘남의 제품’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대비 올해 상반기 15개사의 상품매출 증가액은 2887억원으로 매출 증가액 5311억원의 54.4%에 달했다. 제약사들의 상반기 매출 성장의 절반 이상은 ‘남의 제품’으로 채워졌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최근 제약사들이 외형 확대를 목적으로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상품매출이 전체 매출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매출과 상품매출의 증가액을 비교했다.

업체별 상품매출 현황을 보면 ‘외부 수혈’의 성과가 전체 실적을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근당, 유한양행, 녹십자 등 상반기 매출 1~3위 업체들의 상품매출 증가액 규모가 컸다. 매출 1위 유한양행은 전년대비 상품매출이 632억원 늘었고, 녹십자와 종근당은 각각 488억원, 821억원 증가했다.

최근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 판매로 급성장을 이룬 유한양행의 경우 상품매출 증가액이 매출 증가액의 67.0%에 이른다. 전체 매출의 3분의 2 가량은 상품매출이 견인했다는 의미다. 상반기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처방실적 2위에 등극한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682억원)를 비롯해 고혈압약 ‘트윈스타’(429억원), 당뇨약 ‘트라젠타’(495억원) 등 3개 제품이 1606억원을 합작하며 지난해 상반기(1262억원)보다 344억원을 더 회사에 안겨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업체는 녹십자와 종근당이다. 녹십자와 종근당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 대비 상품매출 비율은 각각 42.8%, 24.3%로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48.5%(녹십자), 37.2%(종근당)로 전년대비 각각 5.7%포인트, 12.9%포인트 치솟았다. 녹십자와 종근당 모두 그동안 도입신약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최근 적극적으로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에 뛰어들면서 외형 확대 효과를 봤다.

녹십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상품매출액은 2276억원으로 전년대비 48.5% 늘었다. 지난해 말부터 판매를 시작한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의 영향이 컸다. 다국적제약사 BMS가 개발한 바라크루드는 연간 1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며 4년 연속 국내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한 대형 제품이다. BMS는 지난해 말 바라크루드의 특허가 만료되자 제네릭으로부터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녹십자와 공동 판매를 시작했다.

유한양행과 마찬가지로 녹십자도 바라크루드를 BMS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일정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직접 유통한다. 바라크루드의 매출이 고스란히 녹십자에 반영되는 구조다.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바라크루드는 올해 상반기에 527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녹십자의 상품매출 증가액 488억원에 근첩한 수치다. 녹십자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16억원 늘었다. 상품매출 증가분을 제외하면 자체개발 의약품의 실적은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종근당 역시 최근 적극적으로 도입신약 판권 경쟁에 뛰어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종근당은 지난해 말 한국MSD와 공동판매 협약을 맺고 당뇨치료제 ‘자누비아’·‘ 자누메트’·‘자누메트XR’ 3개 품목과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아토젯’ 2개 품목의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시작했다. 종근당은 대웅제약의 15년 간판 제품인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의 원 개발사 이탈파마코로부터 공급받은 원료로 '종근당글라이티린'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새롭게 가세된 제품들의 매출이 종근당의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자누비아’·‘ 자누메트’·‘자누메트XR’ 등은 올 상반기에만 715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올렸다. 종근당글리아티린도 상반기에 105억원어치 팔렸다. 종근당의 상반기 상품매출 규모는 1518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종근당의 상품매출 증가액은 821억원으로 전체 매출 증가액의 68.2%를 차지했다.

광동제약 역시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체개발 의약품 역량을 외부 수혈로 메웠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폐렴구균 백신 ‘신플로릭스’,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릭스’ 등 8개 소아 백신에 대한 국내 판매를 담당한다. 광동제약의 상반기 상품매출은 전년대비 27.7% 늘었고 전체 매출도 14.1% 상승했다.

굵직한 도입신약의 장착 여부가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2016년 상반기 매출 증가액 대비 상품매출 증가액 비율(단위: %, 자료: 금융감독원)
▲2016년 상반기 매출 증가액 대비 상품매출 증가액 비율(단위: %, 자료: 금융감독원)

보령제약의 상반기 상품매출은 565억원으로 전년보다 10.2% 줄었다. 도입신약 판권 종료에 따른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보령제약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BMS와 업무제휴로 탁솔을 판매해왔지만 계약 종료로 탁솔의 판권은 BMS가 회수했다. 탁솔은 지난해 상반기 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보령제약은 삼양바이오팜이 지난 2001년 개발한 탁솔의 복제약(제네릭) ‘제넥솔’ 판매에 나섰지만 아직 탁솔의 공백을 만회하지는 못한 상태다. 보령제약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대비 3.5% 성장하는데 그쳤다. 상위 15개 제약사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동아에스티도 지난해보다 상품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지만 다른 업체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동아에스티의 상반기 상품매출은 100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5.9% 증가했다. 상품매출 증가액은 207억원으로 전체 매출 증가액 208억원의 99.5%를 차지했다. 박카스가 상품매출 급증의 요인이다. 동아에스티는 동아제약으로부터 박카스를 공급받아 해외에 수출하는데, 박카스의 상반기 수출액이 350억원으로 전년대비 87억원 늘면서 상품매출 규모도 크게 늘었다. 동아제약은 동아에스티의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지난 몇 년간 도입신약의 성과가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학습효과를 거뒀다”면서 “굵직한 제품을 발굴하지 못하는 허약한 체질로 인해 남의 제품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뿐더러 다국적제약사로부터 신약 판권을 따내기 위한 구애 작전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혈실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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