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 사장 구속영장 기각…지난해 '포스코 수사 실패' 재현 관측도

입력 2016-08-19 08:34 수정 2016-08-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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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롯데 그룹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에 실패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동력을 잃게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수제 혐의 등으로 허수영 사장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 판사는 "주요 범죄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초 검찰은 롯데케미칼의 270억 원대 세금 부당 환급에 허 사장이 관여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롯데케미칼에 합병되기 전 케이피케미칼 사장을 지낸 기준(70) 전 롯데물산 사장이 이미 같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한 입증은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가 해외 원료 거래 과정에서 2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에는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해외에서 거래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넣고 수백억 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일본 롯데물산에 지급된 수수료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롯데 측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 측의 협조 없이도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일정 부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허 사장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롯데케미칼 비자금 수사 주도권을 잡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소송사기를 지시한 윗선이 허 사장 선에서 막히면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하나 잃었다는 점도 검찰로써는 뼈아픈 부분이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이 2004년 KP케미칼을 인수할 당시 회사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대표를 지냈다. 허 사장은 지난 11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신 회장이 소송사기를 지시했는지, 일본 롯데물산과의 거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있는 지에 관해 모두 부인했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개월째 롯데그룹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부 계열사의 탈세 혐의를 밝혀냈을 뿐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해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롯데건설을 그룹 비자금 조성지로 지목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주요 피의자인 상무 박모 씨와 상무보 최모 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도 "롯데건설 비자금은 뻗어나갈 수 있었던 수사인데 영장을 기각돼 아쉽다"고 말했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하도급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공사대금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최소 20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롯데홈쇼핑 강현구(56) 대표에 대한 구속에도 실패했지만, 영장을 다시 청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포스코 비리 수사 과정에서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차례 기각돼 수사 동력을 잃었던 전례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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