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발표에 생각지도 못했던 연내 추진. 기획재정부가 초장기물인 국고채 50년물 발행을 서두르면서 채권시장에서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재부의 한건주의가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반면 장기투자기관의 수요와 사상 최저의 금리 수준을 반영한 것이라는 옹호론도 있었다.
우선 비판적 입장에서는 발표시점부터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기재부가 국고채 50년물을 발행하겠다고 했던 건 16일로 마침 당일 실시한 국고채 10년물 입찰이 예정액(1조8500억 원)보다 적은 과소낙찰(1조7710억 원)이 있었던 때였다. 이에 따라 이날 채권시장이 추가 강세(금리하락)를 보였던 중이다.
반면 초장기물 발행은 국고채 장기물의 약세 재료다. 시장의 관심이 국고채 50년물로 쏠리면서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로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기재부의 50년물 발행 발표 후 이틀간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4.6bp(1bp=0.01%포인트)와 4.4bp나 올랐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은 0.9bp 오르는 데 그쳤다.
기재부가 실적을 쌓으려는 한건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장투기관의 초장기채 발행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건 수년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며 “국고채 전문딜러(PD)들과의 협의도 없이 뜬금없이 서두르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반면 옹호론 입장에서는 최근 국가신용등급 상승을 계기로 기재부에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으로 봤다. 즉 사상 최저 수준인 시장 금리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원활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최근 미국 연준(Fed)의 추가 금리인상이 가시화하면서 이보다 더 싼 금리로 장기간 자금을 조달할 기회는 많지 않다는 인식도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이주섭 기재부 국채과장은 “내부적으로는 오래전부터 검토해왔다. 다만 발표 후 시장 금리가 오르는 것에서 보듯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전격적으로 공론화할 수밖에 없었다”며 “18일 PD협의회를 갖고 2주간 정책제안 건의서를 받기로 하는 등 충분한 의견 수렴 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공론화한 이상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