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공직을 떠나 한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를 톱는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21일(현지시간) 프랑수 주간지 루즈루날뒤디망슈가 보도했다.
펠르랭 전 장관은 지난 2012년 5월 프랑수아 올랑드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에 임명되고 나서 통상국무장관과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3년 반 동안 3개 장관을 역임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월 개각 때 예상을 깨고 오드레 아줄래 당시 대통령 보좌관에게 장관 자리를 내주게 됐다. 펠르랭은 당시 장관 퇴임 기자회견에서 “개발도상국의 빈민촌에서 태어나 프랑스의 보통 가정에서 입양된 어린이가 문화장관이 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거의 없다”며 “프랑스에 감사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당시 갑작스러운 경질에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자크 랑 전 문화장관이 현지 라디오방송 프랑스앵테르와의 인터뷰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펠르랭을 경질한 것은 인간미가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펠르랭 자신은 트위터에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ivive,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라고 밝혀 경질 이후 새 인생 진로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펠르랭은 첫 장관 재임인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 시절에도 동양계 여성에 대한 배려로 입각했다는 비판을 딛고 프랑스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이번에 신기술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프랑스 진출을 지원하는 회사를 세우면서 지난 2003년부터 맡아온 회계감사원 검사관 자리도 내놓아 공직을 완전히 떠나게 됐다.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동시에 일하면서 발생할 이익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민간기업에서 자리를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평가다. 펠르랭은 자신의 선택을 올랑드 대통령에게도 편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됐다. 16세에 대학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17세에 상경계 그랑제콜인 에섹(ESSEC)에 진학하는 등 뛰어난 머리를 자랑했으며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과 국립행정학교(ENA) 등 프랑스 최고 명문학교를 거치는 등 엘리트의 길을 밟았다.
감사원에서 문화와 미디어 국가교육 담당자로 일했으며 지난 2002년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당수의 연설 문안 작성에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2007년 세골렌 루아얄과 2012년 올랑드의 대선캠프에서도 디지털 전문가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