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1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연봉을 그가 삭감한 이유는 회사 내 직원들의 최저 임금을 올려주기 위해서다.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댄 프라이스 대표의 선택으로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4만8000달러에서 7만 달러로 대폭 인상됐다.
그의 이 같은 행보는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최고경영자(CEO)의 모습으로 비친다. 그러나 국내 금융투자업계 CEO들의 실상은 근로자들이 꿈꾸는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회사는 적자에 허덕이지만 최고 연봉으로 화제를 모은 증권사 CEO들이 잇달아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발표된 주요 상장사 경영진의 올 상반기 보수 현황에 따르면, 오너를 제외하고 성과급을 가장 많이 받은 최고경영자는 다름 아닌 현대증권의 윤경은 대표다. 윤 대표는 올 상반기 급여(3억5000만 원)의 여섯 배에 가까운 20억 원 이상의 거액을 성과급으로 챙겼다.
이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18억8600만 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17억1200만 원)보다 많은 액수다. 윤 대표가 굴지의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제치고 눈에 띄는 성과급을 챙긴 이유에 대해 사측은 흑자와 더불어 매각 추진 과정에서의 공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증권은 업계가 예상한 매각 가격인 6000억 원대를 두 배가량 웃도는 1조2000억 원의 몸 값을 받고 KB금융지주에 넘어갔다. 물론 현대그룹 자구안의 핵심인 현대증권의 매각 성사에 윤 대표 공로가 있었던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최근 현대증권이 2분기에 대형사 가운데 유일하게 56억 원의 적자를 냈다는 점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현대증권 노조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성공적인 매각 관련 인센티브는 대표이사뿐만 아닌 전 임직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라며 “윤 대표는 지금이라도 인센티브를 반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 HMC투자증권 노조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김흥제 대표 등 경영진이 능력과 자질에 비해 과도하게 급여를 받았다며 이를 반납하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노조가 발 벗고 나선 데는 2014년 김 대표가 취임한 이후 시행한 차별적 성과급 및 복리후생 제도 등으로 인해 본사와 지점 간 임직원의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의 실적이 하락해 직원들이 구조조정 1순위가 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제 배 불리기는 불합리하다는 논리다.
최근 넘어진 경쟁자를 일으켜주며 같이 결선 트랙을 완주해 화제를 모은 리우올림픽 여자 육상 5000m 예선전 경기가 새삼 와 닿는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경영진뿐만 아니라 실무에서 발로 뛰는 임직원에 대한 합당한 성과도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