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인사이트] 슬그머니 사라진 ‘구조개혁’

입력 2016-08-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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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언제부터였을까. 정부와 정치권에서 ‘구조개혁’ 논의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아마 지난 4·13 총선에서 여당의 패배가 도화선이 됐을 것이다. 서별관 회의 청문회 증인채택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정쟁은 극에 달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아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사드 배치, 전기요금 개편, 누리과정 등 다른 현안도 산적해 중장기 과제인 구조개혁은 당연스레 관심 밖 의제가 됐다.

야당은 그렇다 치자.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과 정부조차도 내년 대통령 선거 의식에 정권 말 안이한 정책 집행 관행으로 구조개혁 재추진 동력을 살리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노사정 대타협 무산 이후 노동개혁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고 금융개혁과 교육개혁은 손을 댔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구조개혁을 모른 채 하기엔 우리 경제 상황이 위급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까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3.9%였지만 이후 지난해까지 3.2%로 추락했다. 앞으로 전망도 암울하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는 2.7%로 더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 하반기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효과가 종료하는데다 ‘부정청탁·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소비 위축이 예상되면서 내수 위축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내수와 함께 한국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도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월별 수출액은 작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월간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내외 경제 여건상 소비와 수출이 살아날 만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가속폐달을 밟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임금과 국민생활 수준 향상, 경제성장 등을 제약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구조조정과 서비스 부문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힘겹게 버티고 있는 내수와 수출의 두 축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조개혁이 병행되지 않으면 설사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내외 경제위기를 거론하면서 규제개혁 등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및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의 외침도 현 정부가 추진해왔던 경제정책과 쟁점 법안들에 대한 여야 간 입장 차에 구조개혁의 방향마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허공 속의 메아리로 들린다.

요즘 들어 정부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 “어차피 페이퍼 열심히 써봤자 이번 정권 끝나면 또 폐기되겠지”라는 자조 섞인 읊조림이 심심찮게 들린다. 최근 경제구조를 개혁해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를 잃은 채 단기 정책을 내놓기에 급급한 정책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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