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입력 2016-08-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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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 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인을 대상으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연을 한 모양이다. 현행 헌법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의 제안자로 알려진 김종인 대표의 강연이라 그런지 300여 명이 넘는 경제인이 참석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관심은 아마 아직도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이유로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생각하는 경제민주주의의 이론적 기반에 대하여 간단하게나마 설명하려고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경제민주주의의 이론적 기초는 저명한 정치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롤스에 의하면, 완벽하게 효율적인 가격체제라도 그 자체로 작동하게 내버려 둘 경우에는 정의로운 분배를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에, 경제체제는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적합한 제도 체제를 배경으로 해야 한다. 롤스는 자신의 정치철학인 평등자유주의에 근거한 적합한 경제제체를 ‘재산소유 민주주의’로 정의하고, 재산소유 민주주의의 목적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 간의 장기간에 걸친 공정한 협력체계로서 사회라는 관념을 실행하고자 하는 것”이라 한다. 롤스는 이러한 재산소유 민주주의를 복지국가와 구분한다. 롤스의 ‘재산소유 민주주의’는 복지국가 자본주의처럼 소득이 모두 분배되고 난 후 적게 배분 받은 사람에게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생산적 자산과 인적자본의 광범위한 소유를 보장하는 방법으로 부의 집중을 방지한다. 즉 재산소유 민주주의는 효율적인 경쟁 시장 체계를 기본으로 하면서 부 및 자본 소유의 분산을 시도하며, 사회의 소수가 경제 및 간접적으로는 정치적 삶 그 자체를 통제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롤스는 이러한 경제제도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와 공정한 기회 균등을 배경으로 하여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재산소유 민주주의는 개인의 재산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하지만 생산수단에 대한 사유재산권의 경우에는 그 제한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민주주의나 사회주의처럼 ‘노동자기업’을 옹호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롤스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경제민주화는 결국 효율성의 원칙과 양립할 수 있는 방식의 공정한 분배 원칙을 정하는 것이고, 그 분배는 소득 재분배가 아니라 생산단계에서의 공정한 분배를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자명하다.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을 위하여 중소기업을 보호하여야 하며, 적정한 소득 분배를 위하여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공정한 대가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공정한 배분은 이해관계자 집단 간에 이익을 똑같이 배분하자는 것이 아니라 생산에 대한 기여에 상응하는 비례적인 배분을 의미한다. 이것은 시장경제와도 부합하는데 자유시장경제에서 소득 분배를 정당화하는 윤리적 원리는 생산에 공헌한 만큼 분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경제를 건강하게 지속가능하게 해주는 것이고,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하고 국가 정책이 조금씩이라도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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