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본투자 없이도 효용이 늘어나는 세상이 된다. 성장이 설비투자와 자본수요를 동반하지 않는다. 자본수요가 약해지면서 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금융권은 장기간 지속될 초저금리 시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상화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여성금융포럼’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날 이상화 센터장은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이라는 주제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이 담고 있는 시대적 함의, 금융권의 대응전략 등을 제시했다.
이 센터장은 “세계경제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역금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 이유는 미국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셰일가스에 주목했다. 과거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치됐던 셰일가스가 미국의 기술개발에 힘입어 상업성을 확보했고 생산량이 급증,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과 유가를 하락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은 중동이나 러시아 등 기존 산유국의 재정위기를 가져오는 등 세계 경제 흐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산유국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중국의 수출과 설비투자까지 감소해 자원부국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의 역사는 에너지가 변할 때 크게 변화한다. 경제주기도 마찬가지다. 셰일가스의 개발은 수십 년간 지속된 경제, 정치, 산업지형을 뒤흔드는 근본적인 변화, 즉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류는 1800년대 석탄을 기반으로 산업혁명을 이뤄냈고, 1900년대 초는 원유를 이용해 내연기관을 창조했다. 100년 주기로 발생하는 에너지 패러다임 시프트는 전 세계 산업 지형도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 헤게모니 변동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 센터장은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고정자산 투자 없이도 성장하는 ‘파괴적 혁신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금융권도 시대변화에 따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전통적 개념의 성장은 대규모 투자를 수반으로 했지만, 최근에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 기존자산을 최적화한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제 금융권과 같은 서비스업은 플랫폼화 되면서 서비스 비용이 ‘0’이 된다. 고용도 축소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도 줄어들고 자본투자 없이도 효용이 늘어나는 세상이 왔다. 자본수요 감소와 금리하락으로 표상되는 초저금리시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재 이투데이 대표와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 장정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김유니스 이화여대 교수, 김옥정 우리PE 사장, 전영미 KB국민은행 지역그룹대표, 오세임 보고인베스트먼트 전무, 고금란 유니크레딧은행 대표 등 여성금융인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투데이와 여성금융인네트워크는 오는 9월 28일 ‘여성이 경제를 살린다’는 주제로 ‘2016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또 이 자리에서 우수한 여성 금융인과 여성 인재 발굴과 육성에 힘쓴 금융기관 등을 선정, 수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