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61) 회장의 최측근인 황각규(61) 롯데쇼핑 사장이 25일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이 그룹 핵심 조직인 정책본부 '3인방'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향후 2~3주 정도가 이번 수사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 사장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해를 감수하고 계열사 인수합병(M&A)을 강행한 것은 오너 일가 지배권 강화를 위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고, 정책본부 차원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신동빈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 없다"고 부인했다. 롯데건설의 300억 비자금 조성을 보고받았는 지에 관해서도 "그런 적 없다"고만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황 사장을 상대로 그룹 내 비자금 조성 등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황 사장은 2007년 대한화재, 2008년 케이아이뱅크, 2009년 두산주류, 2010년 바이더웨이, 2012년 하이마트 등 대형 인수합병 작업에 깊숙히 관여했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 수사는) 비자금과 탈세 뿐만 아니라 배임도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과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있는지, 신동빈 회장 등 소유주 일가의 개입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롯데 주요 계열사 공시를 비교하면 거래액이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롯데정보통신, 롯데피에스넷, 대홍기획 등 6개 계열사를 동시에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했다. 또 2008년 이후 세무조사 내역을 과세당국으로부터 넘겨받아 분석을 마쳤다.
신격호(95)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서미경(59) 씨 모녀와 신영자(74) 씨에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6000억 원대 세금을 포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분 증여가 그룹 지배관계에 관한 부분인 만큼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62) 전 부회장, 정책본부가 함께 연루돼 있을 것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조만간 황 사장과 함께 '측근 3인방'으로 불리는 이인원(69) 부회장과 소진세(66) 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황 사장은 신동빈(61) 회장의 최측근으로,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일하다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국제부장으로 발탁된 이후 2011년까지 그룹의 핵심 조직인 정책본부에서 일했다. 황 사장은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근무하던 1990년부터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