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대책 전문가 진단]“택지공급 물량 조절 장기대책…당장 가계빚 못잡아”

입력 2016-08-26 10:46 수정 2016-08-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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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대출보증 횟수 제한으로 실수요 위주 시장전환 계기될 것

정부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6개월 만에 다시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택공급 물량을 조절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는 것이다.

공공택지 공급을 감축하고 신규 사업 인허가를 조절하는 한편 사업이 확정된 분양물의 집단대출 보증심사를 강화해 ‘밀어내기식’ 분양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도 집단대출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2금융권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건전성을 강화한다.

그동안 정부는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처음부터 대출금을 나눠 갚도록 하는 등 금융 규제로 가계부채를 억제하려 했지만 성과가 없자, 아예 주택공급 물량을 조절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이번 대책도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문가 4인으로부터 이번 대책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전성인 교수 “소득 늘리려면 취약계층 타기팅한 소득증대 방안 내놔야” = 정부가 8ㆍ26 가계대책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이 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소득증대 방안이다. 정부는 가계의 지속가능한 소득 증대는 결국 일자리 문제로 귀착된다며 경제활력 제고 및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일자리 창출 관련 핵심법안들의 조속한 입법, 추경 등 적극적 재정운영을 통한 경기 회복세 강화,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강화, 맞춤형 기초생보 등 취약계층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한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대책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미시적인 대책이어야 하는데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증대는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리는 거시경제정책이라는 것이다.

전 교수는 “정부는 소득 성장속도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빠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하락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사항을 써놓은 것 같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를 GDP 대비 5%로 낮추겠다고 공약을 했다. 하지만 공약은 일찌감치 파기됐다.

전 교수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힘들다”며 “정부는 고용안정성을 확보하자면서 한쪽에서는 유연성이라는 명목으로 해고를 하고 있다. 경제정책이 정합성이 안 맞는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소득을 늘리려면 취약계층을 타기팅해서 직접적인 소득증대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 박원갑 수석전문위원 “이번 정책은 정부의 시그널” =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공급은 강한 다이어트, 수요는 미세조정으로 볼 수 있다” 며 “공급 과잉에 대한 시그널을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공택지 물량을 조절하는 방안에 대해 “당장 공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민간택지보다 공공택지에서 줄이는 게 빠르기 때문에 내놓은 방안일 것”이라며 “대형건설사들은 공공택지 사업을 많이 안 하는 만큼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분양 관리지역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미분양이 많은 지역은 공급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중도금대출보증 횟수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박 위원은 “이 정책으로 그동안 무작위로 하는 가수요 중심에서 실수요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은 잡을 수가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번 정책은 공급과잉에 대한 정부의 시그널 정도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교수 “공급물량 조절은 가계부채 대책으로 타당하지 않아” =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신규 주택물량의 절반 이상을 공공택지 물량이 차지하고 있다”며 “택지공급물량을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공급해야 집값 역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게 되지만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공급을 줄이는 것은 결국 빚이 늘어나니 집을 사지 말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비판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집단대출 심사 강화를 할 경우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의견도 이어졌다.

심 교수는 “PF대출 규제를 시작할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부터 꺼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미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 PF대출규제를 해오기 시작하면서 지방 사업장의 상당수가 PF대출 불허판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집단대출이나 PF대출을 규제해도 강남처럼 소위 잘되는 지역은 문제가 없겠지만 지방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의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향후 가계부채 대출 방안을 기준으로 운용할 경우 지금까지 사업을 추진해온 경과 및 장기적 수요 등을 고려해 실제로 운용할 경우 융통성 있게 진행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희수 연구위원 “다소 밋밋한 대책” = 정희수 하나경제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다소 밋밋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집단대출 규제와 관련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이 제외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보증기관의 집단대출 보증률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게 되면 나머지 10%의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며 “이는 결국 은행의 자체 심사 강화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도금 보증 대출 한도 건수 통합에 대해서는 “투기적 수요를 잡아내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현행 유지와 관련해서는 규제 강화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정 연구위원은 “특히 집단대출에 DTI 규제를 적용할 경우 분양시장이 죽게 되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소득자료 증빙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대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향후 LTV와 DTI에 대해 검토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본다”며 “집단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도 다음 대책에서 논의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주거비용 증가’에서 찾았다. 그는 “집을 안 사도 되는 사람들이 저금리에 대출을 받아서 주거비용을 늘리고 있다”며 “전월세 상환제 등을 통해 전세가격을 억제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필요한 가계부채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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