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들이 정부가 철강과 석탄 등의 산업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공급 측면 개혁의 최대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관내 제철소와 석탄광산들이 살아나기를 원하는 중국 각 지방정부는 잇따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조건을 완화하거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은행들이 구조조정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미 중국은행들이 약 15조 위안(약 2504조 원)으로 전체 상업대출의 19%에 달하는 부실대출에 허덕이는 가운데 부담이 계속 커지는 것이다.
은행들은 지난 2년간 순이익 증가율이 급속도로 떨어졌는데 많은 대형 국영기업이 지방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대출을 제대로 갚지 않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피치그룹 산하 BMI리서치의 촤한텅 선임 애널리스트는 “지방정부 재정상황이 취약해진 가운데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은행들에 국영기업들을 구제하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정부 계획에 은행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은 정부 지시에 따라 채무를 재조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실적이 안 좋은 기업들의 회사채도 매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월 “앞으로 3~5년간 연간 석탄 생산량을 5억 t 줄이고 철강은 1억~1억5000만 t 감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진전은 예상보다 훨씬 느리다. 철강업체들은 7월 말 기준 올해 감축량의 47%만을 달성한 상태고 석탄 부문은 달성률이 38%에 불과했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에 따르면 보하이증권은 톈진시 정부와 290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 재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S&P글로벌의 크리스토퍼 리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전환사채 프로그램은 은행 장부에서 단기적으로 부실대출을 축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악성자산에 대한 인식을 늦춰줄 수 있을 뿐이며 결국 해당 기업 주가가 떨어지면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