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시니어 창업을 긱 이코노미로

입력 2016-08-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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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다가오는 노령화 사회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비가 시급하다. 창업 예산 2조 원에서 시니어 창업 지원은 불과 300억 원 미만이다. 시니어 창업 정책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저출산·노령화에 더하여 6·25전쟁 이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봇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의 은퇴 이후의 삶은 불투명성 그 자체다. 사회보장은 부족하고, 양질의 일자리는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얼마 안 되는 퇴직금으로 치킨집과 같은 자영업 창업을 한다. 그리고 3년 후 절반은 빈털터리가 되어 사회 극빈층으로 전락한다. 노인 빈곤층은 OECD 최다이고 노인 복지는 OECD 최저 수준이다. 과연 대안은 없는가.

그들은 은퇴 전까지 나름대로 경력을 쌓고 내공을 키워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직장을 떠난다고 갑자기 무기력해진다는 논리가 이상하지 않은가. 청년들과의 일자리 충돌 문제 등으로 정년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평균 53세에 퇴직하는 그들은 적어도 20년은 충분히 더 일할 능력이 있다. 이들을 활용하는 것은 노년 일자리 제공을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대안이 될 것이다.

어제까지 능력이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경험이 없는 치킨집과 같은 자영업에 뛰어들게 하는 사회적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다. 이들의 능력을 활용할 연결 플랫폼의 구축은 국가 차원의 경쟁력 강화가 될 것이다. 연간 100만 명의 은퇴자들이 개별적으로 연간 2000만 원의 가치를 만든다면, 20조 원의 국부가 창출된다. 하지만 연간 90만의 자영업 폐업으로 사라지는 국부는 그보다 크다. 그런데 은퇴자들이 가진 역량을 등록하고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연결 플랫폼의 구축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1000억 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청년창업가가 이들을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은퇴자들의 역량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활용 시스템에 있는 것이다.

미래 사회는 조직에 속한 직업(職業)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에 기초한 업(業)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초생산성은 개인적 소비의 다양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조직보다는 개인의 집합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로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프리랜서 중심 경제가 미래의 경제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다. 긱(Gig)은 원래 소규모 밴드를 일컫는 말이나, 이제는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프리랜서를 의미하게 되었다. 필요에 따라 사람을 상호 공유하는 경제가 바로 긱 이코노미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2020년이 되면 직업의 43%가 프리랜서 경제에 속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과거의 기업 중심 경제 구조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전체 가치 사슬을 내부화했던 과거 형태의 기업은 해체되고, 핵심 역량만 남기고 나머지는 외부와 협조하는 형태로 4차 산업혁명은 진화하게 될 것이다. 이제 은퇴자들은 개인의 역량만 잘 구축하면 언제 어디서나 대우받을 수 있다. 혈연, 지연, 학연을 넘어 실력으로 승부하는 양궁의 사례를 보라. 미래에는 기업 내 정치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설 곳이 없어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기업이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정예화되고 필요한 주변 역량은 연결 플랫폼을 통해 활용하게 되면 국가 차원의 전체 경쟁력은 강화되지 않겠는가. 가치창출에 비례하는 보상 구조가 정착될 것이다. 개인과 기업과 국가의 역량이 선순환 발전하는 체제가 되는 것이다. 단 투명한 공정거래는 필수다.

이제 기업은 은퇴자들의 역량을 키워 적절한 시기에 스핀 아웃시키는 것이 강력한 경쟁 전략이 된다. 핀란드 노키아의 브리지 프로그램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보라. 사내 기업가정신은 미래 모든 임직원이, 창업 기업가정신은 모든 은퇴자가 가져야 할 소중한 덕목인 것이다. 은퇴가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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