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수익률 믿을 수 있나

입력 2016-08-30 09:33 수정 2016-08-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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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150개 상품 중 47개가 수익률이 잘못 공시되면서 초기부터 신뢰성에 금이 가는 오명을 낳았다. ISA 제도가 안착도 되기 전에 무리하게 수익률을 공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셋 중 하나가 엉터리 = 금융감독원은 29일 일임형 ISA 상품(모델포트폴리오·MP)에 대한 전수점검 결과, 전체 150개 중 7개 금융회사 47개 상품 공시 수익률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셋 중 하나의 수익률이 고객에게 잘못 고지된 셈이다.

공시 오류가 나타난 금융회사는 IBK기업은행,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HMC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이다.

오류 공시 47개 중 25개는 수익률이 공시기준에 따른 수익률보다 높게 공시됐고, 22개는 수익률이 공시기준에 따른 수익률보다 낮게 공시됐다.

기업은행은 수익률을 공시한 7개 MP 중 6개는 공시기준에 따른 수익률보다 높게 공시, 1개는 그보다 낮게 공시했다.

하나금융투자와 삼성증권은 각각 수익률을 공시한 4개 MP 모두 공시기준에 따른 수익률보다 높았다.

원래 수익률보다 낮게 공시한 곳은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HMC투자증권 등이었다.

낮게 공시된 MP 중 대부분(16건, 73%)은 공시된 수익률과 공시기준에 따른 수익률의 격차가 0.1~0.5%포인트 수준이었다.

금감원은 수익률 계산의 오류가 수익률 산정 방식의 복잡성과 기준가 등을 협회 기준과 다르게 적용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임계약의 특성상 정확한 비교를 위해 상세한 계산원칙을 정하고 이를 모두 준수하면서 MP 수익률을 산출해야 하지만 수익률 산출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중 삼중 검증 절차 도입… 재발 방지 대책 총력 = 금감원은 수익률 공시 관련 금융회사의 내부 점검 체계 마련을 권고했다.

우선 금융회사 내부적으로 ISA 담당부서가 산출한 수익률을 해당 부서로부터 독립적인 준법감시인 등 제3의 부서가 반드시 확인하도록 했다. 제3의 부서 검증절차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금융회사에 제공키로 했다.

금융회사가 공시자료 제출 시 체크리스트 점검확인서도 첨부해야 한다.

사내 검증뿐만 아니라 외부 점검도 강화한다.

가급적 펀드평가사나 사무관리회사 등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공시수익률 산출 또는 검증을 권고했다.

금투협이 금융회사로부터 수익률 산출 근거자료 등을 제출받아 점검(샘플링 방식) 후 대외 공개하는 것도 추진된다.

앞으로 공시가 예정된 금융회사들 중 비교적 자산운용과 관련한 노하우가 부족한 곳이 일부 포함됐다는 지적에 따라 공시 담당자에 대한 일대일 교육을 진행키로 했다.

공시가 예정된 곳은 NH농협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한화투자증권, KEB하나은행(12월중) 등 7개 회사다.

◇서두르다 체했다… “ISA 준비 부족이 원인” = 대부분의 금융권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공시 오류 대란을 예견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이 ISA 도입 과정에서 금융회사와의 긴밀한 협조 없이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은행권에 투자일임업 허가가 ISA제도 도입에 임박해 결정되면서 최소 6개월이 걸리는 준비기간은 3개월로 대폭 축소됐다. 상품의 위험성이나 복잡성 등을 고려하면 1년짜리 프로젝트 준비기간이 4분의 1로 단축된 셈이다.

담당자들은 시장 선점에 도태되지 않으려는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당국대로 ISA 제도와 관련해 수수료와 수익률 공개시점과 공개범위 등을 놓고 정책적 지표를 제시하지 못하기도 했다.

특히 업계에선 5년 만기 투자상품에 3개월 수익률을 공시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나타났다.

다양한 요구와 지적에 수익률 공개 결정도 미뤄졌고 담당자들은 충분히 대처할 여력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단순히 공시 오류뿐 아니라 실제 자산운용 원칙도 지키지 않아 금감원이 제재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제도 초기, 업계의 전반적인 미숙함이 드러난 만큼 제재심의 절차까지 가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발생한 고객손실에 대해 전액 보전해주기로 했고, ISA 제도 도입 초기 실수라고 판단될 만한 정황이 많아 경미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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