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포츠마케팅의 허상. 문제는 돈이 아니다②

입력 2016-08-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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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칼럼에서 필자는 자본투입 대비 효과를 강조하는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의 실행과 추구가 스포츠 조직 운영의 선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효율성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이 반드시 수익성을 보장해주지 않으며,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것 역시 구단 운영의 전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포츠의 산업화는 스포츠의 상업화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도 대중들은 물론, 산업 종사자들 역시 스포츠 산업의 선진화에 대한 해답으로 고작 산업화의 작은 파편 중 하나인 수익 창출을 고집한다. 그리고 그 방법론으로는 스포츠 마케팅의 활성화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렇지만 필자가 만난 수많은 스포츠 마케팅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국내 스포츠 산업의 환경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곤 한다. 운영 및 시스템의 후진성과 불가능한 수익성, 그리고 낙후된 스포츠 마케팅을 비판한다. 하지만 이들을 만나고 나면 늘 한 가지 동일한 의문점을 갖게 된다. “현 상황과 결과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할 현업 종사자들은, 왜 책임을 외면한 채 늘 비판의 자리에 서 있을까?” 작금의 스포츠 산업의 상황을 부정하는 것은 본인들의 존재와 스스로 해왔던 일들에 대한 총체적 부정과 같은데도 말이다.

이전 칼럼에서는 조직의 이윤 추구와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을 추구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던 제일기획의 사례를 언급했다. 하지만 스포츠의 광대한 가치와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스포츠의 중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 기업의 영리활동 목적으로만 스포츠를 취급하는 것은, 스포츠를 이용한 수익 창출은 물론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함을 인지해야 한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삼성은 제일기획의 해외 매각을 그룹 차원에서 지속해서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그간 오랜 공을 들여왔던 세계 3대 광고회사인 퍼블리스와의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삼성은 제일기획의 매각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제일기획의 매각이 이슈가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단지 국내 1위의 광고대행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제일기획은 국민의 여가 문화와 스포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프로 스포츠팀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스포츠 산업의 판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것은 물론, 국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5개 프로팀이 제일기획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의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하다. 특히 지난해 정규리그 1위 팀이었던 삼성라이온즈는 제일기획에 편입된 이후 현재 10개 팀 중 9위를 기록하고 있고, 수원삼성의 경우도 현재 12개 팀 중 10위로 강등되는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물론 팀의 순위에 미치는 변수는 매우 많으며, 순위만으로 기업 개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이는 순위, 투입된 자금 대비 벌어들이는 수입이야말로 그들이 추구하는 효율적 마케팅의 실체이자 의사결정의 핵심적 근거임을 고려할 때, 적어도 지금까지 나타나는 결과는 명백한 실패에 가깝다.

그들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팀의 성적 따위에는 애초 관심조차 없었을 수도 있다. 제일기획 매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5개의 프로팀을 자회사로 편입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스포츠팀들을 제일기획 판매가치 증진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의 추구를 통한 수익 증대와 자생력 강화를 내세우면서, 실상은 스포츠 팀들을 매각의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이중적 생각을 숨겨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희로애락이 깃든 스포츠팀을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돌려막기’ 존재쯤으로 여기는 세태가 정확히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의 현 수준이다. 적어도 제일기획을 보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주장하면 할수록, 국내의 특성상 그 실상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역설적 확신이 부각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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