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 육성한다더니… 홀대 받는 중견기업 연구

입력 2016-08-3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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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정책 발표에 급급… 중장기 플랜 투자 시급

최근 중견기업이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정책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단기적인 정책 발표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다각적인 중견기업 정책 인프라 구축부터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유일의 중견기업 연구기관인 중견기업연구원은 최근 두 달째 원장 자리가 공석이다. 예산 부족에 시달리던 김승일 초대 연구원장은 지난 6월 말 자리를 떠났다. 김 전 원장은 “사비로 직원들 월급을 줘야할 때도 있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면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과제가 많이 주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연구원은 2년 전 중견기업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중견기업 정책 인프라 구축을 위해 법정단체인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해 3월에 설립한 민간 연구기관이다. 그동안 중견기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기관이 없었고,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을 부르짖고 있었던 터라, 정책의 기틀이 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중견기업 중장기 연구는 홀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기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기업 주무부처인 중기청과 산업부에서의 연구 수요가 정작 별로 없었다”며 “중장기적인 정책 플랜을 짜야 하는 입장에서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정책 개발에만 급급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중견기업연구원이 지난 1년 4개월(2015년 3월~2016년 7월) 동안 수행한 연구과제 목록을 보면, 총 27건 중 중기청이 의뢰한 연구는 3건에 불과했고, 산업부는 전무했다. 더욱이 전체 과제의 48%(13건)가 중견기업연구원 자체 연구 또는 중견련이 의뢰한 연구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등과 같은 국책 연구기관은 물론, 민간 연구기관인 중소기업연구원과 비교해봐도 정부 측의 연구 수요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동기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견기업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기초 연구와 관련 데이터베이스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기본적인 지원·투자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ㆍ중소기업으로 양분화된 한국의 산업정책에서 중견기업이라는 카테고리가 만들어져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만큼, 연구 인프라가 정착될 때까지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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