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주세령 발령 100년을 돌아보며

입력 2016-09-01 10:29 수정 2016-09-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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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9월 1일은 일제가 주세령을 발령하여 유구한 우리 술 문화의 맥을 끊은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일제는 1916년 7월 25일 조선총독부제령 제2호로 주세령을 제정하고 9월 1일 발령했다. 이에 앞서 일제는 통감부를 통해 1909년 주세법을 공표해 세원 파악 등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1916년 주세령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조면허제 시행, 주세 부과, 술의 새로운 분류체계 도입, 원료판매 통제 등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우리 술 문화와 관련 산업은 지각 변동을 겪게 됐다.

조선은 제사와 혼례, 손님 접대, 농주 등에 쓰는 술을 집에서 직접 빚어 마셨고, 주막 등 음식점도 술을 직접 만들어 파는 가양주 문화가 주류였다. 주세령으로 인해 가양주 문화는 서서히 말살되고, 일본에 협조하는 기업화한 양조장이 빈자리를 메워 술 산업을 주도하게 됐다. 이들을 통해 걷는 주세가 우리 민족의 주요한 수탈수단이 됐다. 1930년 조선총독부 조세수입의 30% 정도가 주세수입이었다.

이와 함께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술은 조선주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구분하여 술의 본류에서 떼어 놓았다. 즉, 주세령에 의해 조선의 전통방법에 의해 제조한 탁주, 약주, 소주는 조선주가 되고, 청주(일본의 국주인 사케), 맥주, 위스키, 와인 등의 외국 술이 술의 본류가 됐다. 당시 조선주는 조선인(조센징)이라는 말과 같이 경멸이 들어간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일제강점기 친일 귀족과 관료, 돈 많은 사람, 일부 지식인 등은 맥주(비루), 사케, 위스키, 와인 등을 주로 마셨고 이것이 고급 술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와인과 위스키, 사케 등 수입 술이 고급술이고, 우리 술은 싸구려라는 생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제례와 행사, 사대부와 돈 있는 집에서 마시던 고급술인 전통 청주가 있었다. 전통 청주는 내부비전주 등 궁중의 술을 포함해 종류가 아주 다양했다. 이러한 전통 청주는 주세령에 의해 일본 청주에 이름을 뺏기고 약주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이름을 쓰게 됐다. 이후 점점 쇠락해져 이제는 거의 찾지 않는 술이 됐다.

1945년 광복과 1948년 정부 수립 이후에도 일제의 주세령은 이름만 주세법으로 바뀐 채 기본 골격은 유지됐다. 전통 청주는 일본식 청주에 이름을 빼앗긴 후 아직까지 되찾지 못하고 있다. 조선주라는 분류는 사라졌지만 탁주, 약주 등은 전통주라는 묘한 이름으로 구분되어 불리고 있다. 전통주라는 이름은 현재의 생활과 괴리되어 있고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준다.

일제의 주세령 발령 100주년을 맞아 주세법의 전면 개정을 포함, 우리 술 산업의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국세청, 식약청, 농림수산식품부로 분산되어 있는 우리 술 관리와 진흥사업을 종합적으로 담당할 조직도 있어야 한다. 우리 술 산업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늘고 농촌경제가 좋아진다. 한식과 연결되어 관광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문화적 자존심도 높아진다. 술이 우리나라에서도 단순히 취하는 도구가 아니고 문화의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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