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추가경정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려했지만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으면서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해 추경안 통과가 또 한 걸음 멀어지게 됐다.
이는 세 번째 실패로 지난달 22일과 25일에 이은 씁쓸한 모습이다. 전날 추경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2일 추경과 본예산 안이 함께 심의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고위 공직자가 특권으로 법의 단죄를 회피하려 한다”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요구했다. 또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와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정 의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 의장을 두 차례 만나 공식 사과와 함께 사회권을 이양하면 본회의 개의에 협조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도부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 수십 명도 밤늦게 의장실을 찾아 항의의 뜻을 표현했다.
이에 정 의장은 “국민 뜻을 대변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대변인을 통해 추경 예산안을 먼저 처리하고, 개회사는 추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본회의 참석을 촉구했다. 여야는 이날 심야까지 기 싸움만 벌이다 결국 본회의 개의에 실패하면서 추경안 통과를 또 지연시켰다.
추경안만 불발된 게 아니다.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경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 등 20여 건의 안건 처리도 불발됐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사과하고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길 경우 본회의장에 복귀한다는 방침이다.